늙고 병들어…도피생활 마침표
일본으로 건너간 조 씨가 한국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8년 후인 2004년이었다. 그런데 조 씨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조 씨는 브로커를 통해 타인의 이름으로 신분세탁을 한 다음 10년간 타인 행세를 하며 한국에서 생활했다. 병원진료를 비롯해 공과금 납부도 타인의 명의로 했기 때문에 조 씨는 경찰의 추적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조 씨의 도피생활은 성공적으로 끝나가는 듯했다.
50대에 도피생활을 시작한 조 씨는 어느덧 70대의 노인이 됐다. 조 씨는 오랜 도피생활과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조 씨는 몸이 아파 병원을 다닐 때도 타인의 이름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병세가 눈에 띄게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조 씨는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병원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조 씨는 자신 명의의 요양급여 지급 내역을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노쇠해진 조 씨의 17년 도피생활도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광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지급 내역을 추적하면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된 조 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조 씨가 고령인데다 조사를 받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그간의 도피 행적이나 자세한 범죄사실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조 씨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조 씨가 사기행각을 벌인 통영지역 관할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