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명주 `한비` 독특한 전래 제조기법 재현...맥 이을 후계자도 양성할 터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전통주 전문매장에서 구교창 대표가 한비오가피술을 선보이고 있다.
[일요신문]“애지중지 무공해로 가꾼 오가피로 정성을 다해 빚기에 늘 맛과 향에 취하죠. 술 맛도 깔끔해 뒤끝이 개운하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전통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제천한약영농조합(www.한비소주.com)의 구교창 대표. 그는 대표 브랜드인 `한비`를 내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비의 한(韓)은 대한민국을, 비(秘)는 비밀스러움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 받은 비법으로 술을 빚었음을 말하고 있다.
구 대표는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북도 제천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우수한 약초를 생산, 가공, 판매하는 조합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가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생산하고 있는 오가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받았다.
“농약을 하용하지 않은 오가피를 이용해 전통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특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농가 및 조합 소득에 도움을 주는 등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죠.”
구 대표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 제천에서 오가피를 생산하고 있던 구 대표는 주류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물론 제천시의 권유도 있었지만 구 대표에게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왕 시작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전통술을 만들어 보자. 대한민국 최고의 술을 만들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건강한 술을 만들자. 세계와도 경쟁할 수 있는 한국의 술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어요.”
이러한 그의 생각은 오가피를 이용한 전통주 `한비` 탄생의 밑그림이 됐다.
“친환경 오가피 농사를 시작하길 잘 했죠. 100% 국내산 쌀로 빚어 감압증류시설로 여과한 후 1년 이상 숙성시킨 소주에 오가피 뿌리만을 잘게 잘라 넣고 다시 1년 이상 숙성시킵니다. 2~3년이 되면 맛있고 건강에 좋은 오가피 술이 세상에 나옵니다.”
제천한약영농조합의 오가피 술은 중국의 오가피에 비해 약효성분이 6배나 더 들어 있다.
한비오가피술.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인의 각종 회식에는 늘 술이 뒤따른다. 술은 많이 마시면 독이 되지만 적당량의 술은 소중한 이들과 정을 나누는데 효과적인 매개체가 된다. 이왕 주고받게 될 술잔에 위스키나 와인대신 몸에 좋은 약초가 들어있는 우리나라 전통주로 채워 보는 건 어떨까.
“예로부터 우리나라 술은 약주라고 불렀어요.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만든 술에 향이 좋은 무농약 오가피를 넣어 정성껏 술에 담고 있어요.”
첨가물도 전혀 없다. 국산쌀을 사용한 고두밥과 누룩이 전부다. 향과 맛을 잡기 위한 화학 첨가물이 없어 높은 도수에도 숙취가 없다는 것이 한비의 특징이다.
구 대표는 술은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간 소통의 매개체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며 위스키나 와인에 못지않은 우리 전통주도 명주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연의 산물을 최대한 이용한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게 되죠. 따라서 조상들의 얼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통술의 제조 비법은 단순하다.
구 대표는 “전통주는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빚은 술을 기본으로 빚은 술을 맑게 걸러내면 청주, 흐리게 걸러내면 탁주, 도수를 낮추고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타면 막걸리가 되고 이것을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을 빚는 이의 솜씨와 쌀의 처리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을 내는 것이 우리 전통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전통주도 와인이나 코냑 같은 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주요 전통주는 ▲한비소주 ▲한비오가피주 ▲의림소주 ▲의림오가피주 ▲제천오가피100 농축액 ▲천등산 박달재 오가피환 등이다.
지난 25일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통주 전문매장인 `우리 술방`에 한비를 비롯해 대표 상품들이 전시됐다. 백화점에서도 한비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구 대표는 “해외에는 수십 년 경력의 양조 전문가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주 제조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부족하다”며 “진심을 다해 전통주를 배우고 싶은 이가 있으면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주 한비를 지키는 것을 뛰어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술로 만들고자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구 대표는 “전통주에서도 위스키나 와인 못지않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한비가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가는 대표 상품이 되도록 후진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전통주가 비록 적게 팔더라도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지닌 자랑스러운 한비소주로 자리 잡도록 남은 생애를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