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생제, 발효사료, 신선한 풀, 흙바닥계사에서 자란 `스트롱 에그`
노트북과 태블릿 PC, 스마트폰과 아메리카노가 더 어울리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교회에 다니는 그들은 하나님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열정에 빠졌으며 어느 순간 하나의 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먹거리를 우리 국민들이 먹게 하자. 그래서 사람들과 이 땅이 하나님이 창조한 원형(Original Design) 그대로를 회복하게 하자.”
`다르지만 바른(Different, But Right)` 농부의 길을 추구하는 농업 비즈니스 브랜드 ‘다바른(공동대표 김신우ㆍ남궁지환ㆍ신동호ㆍ문국ㆍ김대웅)’은 이렇게 출발했다.
◇‘꿈의 씨앗’이 된 기적의 사과
`다바른(http://www.dabarun.com)`은 마케팅과 디자인, 식품가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귀농 청년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농부 그룹이다. 이들은 이 땅의 회복을 꿈꾸며 직접 생산 활동은 물론 유통, 마케팅, 농촌 문화체험 컨설팅, IT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농촌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남국지환(32)대표는 “처음부터 농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교 재학 중 김신우 대표와 마케팅 공모전에 참여해 많은 상을 받았어요. 이후 문국 대표와도 나가게 됐고요. 신동호 대표와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계속 비전을 나누게 됐죠”라며 소개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열정, 신앙 그리고 ‘기적의 사과’에 대한 놀라움이 그 것이다.
“일본의 ‘기적의 사과’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어요. 당도가 높아 6개월 동안 실온에 놓아두어도 썩지 않는다는...정말 그런 사과가 있을까 해서 일본으로 날아갔죠.”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를 찾은 김신우, 남궁지환 대표는 농부 키무라 아키노리 씨를 만나고 기적의 사과를 맛보게 된다.
“태어나서 그렇게 단 사과는 처음 먹어보았어요. 자연농법으로 키운 사과라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게 우리 꿈의 ‘씨앗’이 됐어요. 왜 이런 사과가 우리 땅에는 없을까? 우리도 이런 사과를 키워 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신동호(34)대표는 2011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주말마다 전국의 이름 있는 농장을 찾았다. 요셉 비즈니스 스쿨 창업과정에서 지구촌자연농업연구원 조한규 원장의 강의 내용 중 `하나님이 창조한 원형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그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농약과, 항생제, 성장호르몬, 유전자 변형에 의해 먹거리가 오염되고 있어요. 그 결과 본래 먹거리가 가진 생명력과 영양소는 사라지고 그럴듯한 겉모양만 가진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됐죠. 먹거리가 가진 본래의 온전함(Original Design)을 되찾아 땅과 그 땅의 소산을 먹는 사람 모두를 건강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얻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연농법으로 양계를 시작하다
각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시각디자인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 유학 중이던 문국 대표(31)도 귀국길에 올랐다. 젊은 패기로 의기투합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비용 문제로 과수원은 엄두도 못 내고 양계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자연농법으로 닭을 키우고 있다는 한 선교사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영하 40도가 되는 중국 심양에서 두 달 동안 지내기도 했다.
“전국 귀농센터를 통해 제안서를 넣었는데 전남 곡성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2013년 5월에 짐을 꾸려 내려갔죠.”
원룸을 얻고 양계장 마련에 나섰다. 오리 대변으로 40cm 이상 쌓여 있는 축사를 이틀 밤을 새우며 치웠고 그곳에 편백나무 톱밥을 채워 1200여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족제비가 양계장을 습격해 닭을 잡아먹기 시작했지만 딱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닭 200마리를 잃고 시름에 빠져있을 때 우연히 자연애품농장 조형수 대표를 만나게 됐다. 다행히도 조 대표가 양계장 시설을 무상 임대해줘 양계장과 숙소를 옮겼다. 이후 첫 계란 생산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자연농업으로 ‘다르고 바르게’
“자연농업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무농약, 무제초, 무화학비료 농업으로 땅의 토착미생물을 활용합니다.“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은 공장에서 생산된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유기질 비료는 좁은 공간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가축이 배출한 유독성 분뇨를 수거해 단기간에 건조, 가공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환경과 작물, 그리고 먹는 사람에게 유익하지 않다. 또한 이런 유기물 과다는 토양에 질소과다를 일으켜 영양은 없고 크기만 큰 농산물을 만들어낸다.”
자연농업은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땅을 개선해 작물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자연농업은 유독성 분뇨로 만든 비료가 아니라 녹즙이나 미네랄, 아미노산 등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천연재료를 발효해 만든다.
“우리가 생산하는 계란은 차이가 분명합니다. 무항생제, 발효사료, 신선한 풀과 전남 1호 흙바닥계사에서 자란 ‘스트롱 에그’입니다.”
무항생제 계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차단한 시설에서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라는 닭이 낳는 계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원래 닭은 더위에 약해 무더운 날 밖에 있으면 금방 폐사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닭들은 다릅니다. 더위에 방목해도 끄떡없어요. 더군다나 양계장의 비린내 등 냄새가 전혀 없어요.”
◇스트롱 에그, 스트롱 푸드, 스트롱 빌리지
“지금은 자연농업이 확대되기 힘든 환경입니다. 농부들이 자연농업으로 농산물을 생산해도 도매 시장에서는 유기농 농산물 이상의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많은 농부들이 고령이거나 컴퓨터 활용이 자유롭지 않아 자신의 농사법에 대한 홍보를 못하고 있어요. 제값도 받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지지도 못한 채 많은 농부들이 자연농업을 포기하게 되는 거죠. 다시 관행농법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바른`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연농업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스트롱 푸드(http://strongfood.co.kr)’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자연농업으로 생산되는 건강한 쌀 ‘스트롱 라이스’, 건강한 계란 ‘스트롱 에그’, 전남에서 생산된 친환경 제품이 매주 다른 구성으로 배송되는 ‘스트롱 박스’ 등 자연농업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생산계획부터 생산방식까지 농부와 협의해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판매 수익 중 일정 부분은 소외계층과 함께 나눈다.
“스트롱(strong)을 제품 브랜드명으로 정한 이유는 웰빙이 ‘유지’라고 한다면 스트롱은 약한 데서 강해지는 ‘발전’의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땅이 강해지고 먹거리가 건강해지고 사람이 건강해질 때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전남 장성에서 베리농장을 운영하는 김대웅 대표(33)의 합류로 ‘스트롱 빌리지’ 비전도 갖게 됐다. 장성 비나리마을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농촌체험마을로 변화시키고 축제를 개최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강한 경험으로 초대한다.
“우리는 꿈이 있습니다. 농업을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라이프스타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힘들고 낙후된 농업이 아니라 도시의 삶보다 여유롭고 재미있으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업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꿈을 농업과 IT, 농업과 디자인, 농업과 미디어 콘텐츠와의 접목을 통해 실현할 것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롤 모델이 돼 신앙과 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독교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다바른`은 히브리어 다바르의 의미처럼 비전과 꿈이 현실이 되고 성취할 비전과 성취된 현실이 공존하는, 지속적으로 꿈을 실현하는 꿈의 모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