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아파트만 정답일까
한남뉴타운 2구역 내 우사단로는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소규모 가게를 차리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10년 이상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활력을 잃었던 이곳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달라졌다. 서울 시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 사업가들이 하나둘 모여 소규모 가게를 차리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청년 사업가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대규모 벼룩시장을 여는데 이미 입소문을 타 매번 장사진을 이룬다. 이들의 활약상은 최근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통해 비중 있게 소개되기도 했다.
우사단로에서 애견 사업을 준비 중인 하 아무개 씨는 “사업을 계획하면서 아예 거주지도 옮겼다. 재개발 지역이라 다른 곳보다 싼 편”이라며 “관광특구인데 전부 허물고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게 못내 아쉽다. 가게 오픈했는데 곧바로 나가라고 하면 어쩌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은 부동산 계약 시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관리처분인가 시 어떠한 조건 없이 나간다’는 특약사항이 붙는다. 인근 중개업소의 말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지역은 오래전부터 재개발 기대 심리로 인해 강남권 부동산 자산가가 대거 들어와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세입자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비하는 셈이다.
청년 사업가들이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여는 벼룩시장. 매번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뉴타운 사업을 대체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서울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구역 해제된 창신·숭인 지구의 경우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설립, 마을활동가 육성 등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오는 2017년까지 마을공동체 1000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남 2구역 비대위(재개발 반대 측) 한 관계자는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동네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다른 뉴타운 지역에서도 이런 분위기라면 뉴타운이라는 낡은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박 시장이 도시재생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또 재개발 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집을 철거해 내쫓지 않는 것이 어딘가”라고 덧붙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