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효과 재건축시장 불 당겼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단지.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이가을, 부동산시장에 ‘봄’이 왔다. 이른바 ‘초이노믹스’ 효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건 ‘부동산 살리기를 통한 경기회복’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같이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추석 이후는 가을 이사가 본격화되는 시기로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완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은 지난 7월 24일 부동산규제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주택시장의 돈줄을 푸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다. 2기 경제팀이 출범과 동시에 처음 내놓은 부동산 살리기 대책으로, 시장에 기대감을 높이는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것이었다.
정부는 8월 1일부터 50~60%로 규제했던 LTV를 지역이나 은행권에 상관없이 70%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LTV규제 완화폭이 컸던 6억 원 초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8월 한 달 동안 0.32% 상승했다. 같은 기간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0.1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2배 이상인 셈이다.
LTV·DTI 완화에 이어 한국은행이 8월 14일 기준금리(2.25%)까지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투자수요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 중심으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주택담보대출 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1일 LTV와 DTI가 완화된 이후 8월 31일까지 한 달간 시중에 풀린 주택담보대출액은 4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 5000억 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금리 인하로 주식시장도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가능액이 증가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늘어난 대출액이 부동산시장에만 유입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이란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러한 소비 진작을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어 나온 대책이 9월 1일 발표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대책)이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재정비 규제 합리화(재건축 가능 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 △청약제도 개편(수도권 청약자격 1순위 기간 통장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완화 및 청약통장 일원화) △주택 공급방식 개편(유주택자 감점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어느 대책보다 강도가 셌다는 평가다. 특히 대부분의 내용들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면 되는 것들이어서 단기간에 시장 적용이 가능하다.
9·1 대책이 나오자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비 강남 아파트까지 반응이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일반 아파트는 9월 첫째 주 0.06%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상승폭(8월 29일 기준 0.04%, 전주대비 0.02%p 상승)이 확대됐다. 신도시도 주간 0.06%(8월 29일 기준 0.03%, 전주대비 0.03%p 상승)오르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은 호가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9·1 대책 발표 이후 하루 만에 호가가 2000만 원 정도 오른 9억 원 이상에 형성됐다. 대치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최고 호황을 누렸던 2006년에는 14억 원까지 갔던 만큼 앞으로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 아파트 중에서도 9·1 대책의 최대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1990년 이전 준공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컸다. 재정비사업 규제합리화와 관련해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춰 10년 앞당길 수 있게 돼서다. 1991년 이후 서울 아파트의 경우 최장 10년이 단축되지만 현실적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1990년 이전 준공 아파트에서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요신문DB
대표적인 곳이 목동이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선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호가가 하루 만에 1000만~3000만 원 올랐다. 총 14개 단지, 2만 6629가구로 이뤄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정부의 재건축 연한 단축 추진으로 향후 4년 안에 모두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목동 으뜸공인 김정복 대표는 “목동 5단지 기준으로 하루 새 호가가 많게는 3000만 원 올랐다”고 전했다.
거래량, 경매낙찰률 등 각종 부동산지표에서도 호조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입찰자가 늘면서 매각률과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매각률은 8월 0.47%로 전월(0.44%)대비 0.03%p 높아졌다. 매각가율도 8월 0.86%를 나타나며 7월(0.84%)에 비해 0.02%p 높아졌다.
거래시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당장은 호가가 높아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 차례 가격조정이 이뤄진 뒤 거래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분양은 연말까지 뜨거운 열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oodgij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