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관계 간통일까 아닐까
국내의 경우 일제 강점기 때까지 아내가 간통을 하면 남편의 고소에 의해서 아내와 그 상대 남성이 처벌됐고, 남편이 간통을 저지른다 해도 상대가 유부녀가 아니면 처벌되지 않았다. 남자의 축첩이 용인되던 조선시대의 관행이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남녀 쌍방을 처벌하는 간통죄가 국회 표결을 거쳐 법으로 제정된 것은 지난 53년에 와서다. 법 제정 이후부터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놓고 간통죄 존폐 논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간통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됐던 만큼 대개의 간통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연루된 간통 사건의 경우에는 은밀한 사생활이 재판 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돼 죄의 유무와 관계없이 파문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했다.
지난 90년에는 서울고법 판사의 부인이 남편을 간통 혐의로 고소하면서 검찰의 법적 처리 여부를 놓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간통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변호사가 법원에 간통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제출해 당시 법조계 내에서 간통죄 존폐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었다.
2002년에는 한창 유명세를 떨치던 탤런트 H 씨가 간통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동안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지난 2005년 2월 재미동포 사업가와 간통한 혐의로 구속된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K 씨의 사건 때는 당시 법원이 K 씨에게만 구속영장을 발부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해 12월에는 남편의 불륜현장을 적발한 가정주부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무죄가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도 벌어졌다.
간통죄의 범위 등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나오는 계기가 됐던 몇몇 사건들도 법조계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90년 피고인 K 씨 간통 사건에서는 부부가 이혼소송 중에 서로 이혼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혼 판결 전에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면 간통죄가 성립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반면 지난 6월 L 씨 간통 사건에서는 구두로 이혼을 합의한 이후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을 고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지난 1월 간통 혐의로 기소된 S 씨 재판에서는 이혼 소송 진행 중에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한 뒤 이혼소송을 철회했더라도 간통죄의 고소를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