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총선까지 쭉~’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사퇴 총리로까지 불리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바뀌면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 본인도 마지막 정치 여정으로 총리직을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충청도 출신이고 화합형 총리 이미지로서도 괜찮다는 당 내외 여론이 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중요한 이유는 2016년 4월 국회의원총선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규에는 원내대표가 임기 중 사퇴하면 동반 선출된 정책위의장은 같이 사퇴하고 7일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치르더라도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채운다든지, 아니면 선출된 날부터 1년이라든지 등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잘하면 ‘최장수 원내대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래는 2015년 5월 경선이지만 그보다 이르게 치르더라도 2016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되면 총선 영향력이 상당히 커지게 된다.
그런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벌써 9명이다.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3선 이상 의원 중 원내대표에 욕심이 없는 이가 없겠지만 주자군이 고만고만하면 자기 실속을 차리려 하든, 주위에서 강하게 추천하든 주자군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
가장 ‘얘기가 되는’ 인물은 유승민 의원이다. 김무성 대표가 당 사무총장에 앉히려 했지만 정중히 고사했고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에도 거론되다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넘어갔다. 쓰임새가 많다는, 좋은 뜻으로도 읽히지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쪽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원내대표에 대한 의지가 워낙 커 김 대표와 마찰이 빚어졌다는 후문이 있다.
유 의원의 장점으로는 김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가장 잘 해낼 수 있고, 친박 중에서도 직언이 가능해 비박계에서도 거리감이 없다. 야권과의 교감에서도 특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약했다는 점, TK(대구·경북) 주자인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관행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3선이라는 점도 그렇다.
당선 가능성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크다. 원내대표에 세 번째 도전하려다 내각에 기용돼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내준 케이스다. 지난해 최경환 부총리와의 경선 때에는 불과 8표 차로 패해 최 부총리에게 ‘최팔표’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인물이다. 당내에서는 ‘4수를 한다면 그 진정성을 봐서라도 시켜주자’는 동정 여론이 강하다. 하지만 ‘장관을 지냈는데 원내대표까지 하려느냐. 욕심이 과하다’는 이야기도 적지는 않다. 청와대가 경선 전까지 내각에 붙잡아 둘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와 같은 PK(부산·경남)여서 수도권이나 TK, 충청 쪽의 표 확장성은 떨어진다. 여당 전략기획 쪽 관계자는 이렇게 내다봤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두 가지 방향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혁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느냐, 총선 승리를 위해 확장성이 크고 이미지가 괜찮은 적합한 인물을 뽑느냐고, 다른 하나는 김무성 대표의 대권행을 원내에서 도울 수 있는 철저한 자기 사람 심기로 가느냐다. 계파 대리전이 아니라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새 계파가 출현하는 등 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누가 뭐래도 2015년은 2017년 대선전이 사실상 시작되는 해로 봐야 한다.”
4선의 정병국, 3선의 나경원 의원은 김 대표의 대망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남(경필)·원(희룡)·정’으로 불리며 당내 소장쇄신파의 선두에 선 바 있고 친화력이 있는 데다 참모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최근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는 나 의원도 같은 의미에서 김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둘 다 수도권 출신이어서 김 대표와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이 통상 ‘8할은 구도, 2할은 인물 싸움’이라고 봤을 때 현재 당내 의원들이 이 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변수다. 나 의원은 여성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자기 세력이 없다. 수도권 출신 4선급에서는 원유철 의원도 오르내린다.
이밖에도 홍문종 의원이 거론된다. 홍 의원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미방위를 최우수 상임위, 민생 상임위로 만들겠다”며 이례적으로 성명서까지 냈다. 이런 행보가 원내대표 경선에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무총장을 지내 조직장악력이 좋다는 평가다. 반면 일부에선 “사무총장 하면서 까먹은 점수가 너무 크다”며 비토하는 분위기다. 유기준 외교통일위원장도 타천으로 거론된다. 둘 다 친박계여서 교통정리 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원내대표에 나서려면 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TK에서는 유승민 의원 외에도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장윤석 의원이 뜻이 있다. 지역의 표가 갈라지지 않으려면 유승민, 주호영, 장윤석 의원 간에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의 전망은 이렇다.
“정치생명에 위기를 느낀 다선 의원들이 사생결단식으로 나온다면 원내대표 경선이 다자구도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 대표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누구를 비토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게 새 계파의 출현을 당길 수 있다. 반면 친박 대 비박의 계파 구도로 전개된 일대일 싸움으로 간다면 친박계가 전멸할 가능성이 있고, 바로 레임덕이 온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금부터라도 후계구도를 고민해야 한다. 이밖에 원외에서 대권을 잡기 위한 잠룡들이 대거 출현하게 되면 새누리당이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지금 자중지란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내년은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만약 원내대표 조기 경선이 실시되고 그 임기가 내년 5월까지라면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는 ‘무주자’ 사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조기 경선이 시행되면 잔여 임기가 주자들의 출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