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들, 계모까지 임신시켜…
대만 여자 연예인들이 저스틴 리에 당하는 사진을 입수해 실은 <넥스트매거진>(왼쪽)과 저스틴 리가 지난달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
경찰 조사가 이어질수록 저스틴 리의 과거는 점점 그 엽기성을 더해갔다.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섹스 비디오를 찍은 다음 날 보여주면서 전날 밤의 전리품이라고 자랑했고, 실명을 알파벳으로 표기해 파일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정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절정에 달했을 땐 한 달 동안 16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틀에 한 명꼴인 셈이었다.
섹스 비디오를 분석하던 경찰은 저스틴 리 이외에 세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은 얼굴 없이 하반신만 등장하는데, 비디오에 그들이 실제로 성 관계를 가지는 건 기록되지 않았지만 저스틴 리가 섹스를 할 때 그 배경에 세 남자의 벗은 하반신이 등장했다. 저스틴 리는 그들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경찰의 발표에 사람들은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왕샤오페이(왕소비).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유명한 바비 슈(서희원)의 남편으로, 저스틴 리와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도 사건에 연루되었을 거라는 추측은 점점 거세졌고, 이에 바비 슈와 왕샤오페이는 공식 코멘트를 통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한편 저스틴 리의 가정 환경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리웨창(이악창), 그는 대만 금융계를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인 위안다홀딩스의 CEO로, 아들의 범죄에 사회적 책임을 지고 2012년 8월에 사임했다. 과거 리웨창은 저스틴 리의 어머니인 스친슈(사금수)와 타이중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당시 그는 유부남이었고 두 사람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들은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까지 낳게 되었는데, 저스틴 리가 태어나자 리웨창은 아들과 스친슈를 매정하게 버렸다. 이후 버림받은 모자는 타이베이로 갔고, 스친슈는 호텔에서 고객 상담원으로 일하다가 친구와 동업으로 술집을 열어 크게 성공한다. 이후 스친슈는 직장을 그만두고 술집 지점을 늘려가며 큰돈을 벌었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돌볼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 그녀는 아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고 사달라는 것은 모두 사주었는데, 이런 유년기가 그의 정신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 등장했다.
학창 시절 저스틴 리는 학교의 소문 난 문제아였고 대학에 가면서 일탈적 행동은 점점 더 심해졌는데, 결국 어머니는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낯선 곳에서 자립심을 키우기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하지만 그곳에서 저스틴 리의 방탕한 생활은 극에 달해 1년에 700만 대만달러, 즉 2억 4000만 원의 돈을 쓸 정도였다. 결국 대만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의 낭비벽과 사치는 멈추지 않았고, 수많은 클럽에 막대한 외상을 깔아놓고도 섹스와 파티 중독자 생활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2012년의 한 루머였다. 저스틴 리가 아버지의 젊은 애인까지 강간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루머가 사실로 밝혀졌다. 저스틴 리에겐 ‘계모’나 마찬가지였던 량톈팅(양첨정)이 블로그에 모든 일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녀는 어느 날 파일 몇 개를 카피하기 위해 저스틴 리의 집으로 갔는데, 저스틴이 건넨 물 한 잔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는 것. 이후 희미하게 정신을 차렸고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혼미한 상태에서 저항하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걸 알았고 그 사실을 리웨창에게 이야기했지만, 리웨창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종용했다고 한다. 량톈팅은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가져가려 했지만 일이 점점 커지면서 털어놓는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가 나오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저스틴 리의 형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피해 여성들이 법정 증언을 했고, 비디오 분석 결과 6명은 확실히 마약에 취한 상태였고 9명은 저항의 흔적을 보이고 있으며, 10명은 몽롱한 정신으로 그 어떤 육체적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저스틴 리는 생리 중인 여성과도 관계를 맺었으니, 그 죄질은 심각한 상태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저스틴 리는 자신이 그릇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사 측에선 가중 처벌이 가능한 강간 범죄이며 사생활 침해와 의식이 없는 상대와의 성교였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30년 형을 요구했다. 이후 재판은 거듭되었고, 지난 9월 드디어 최종 판결이 나왔다.
징역 79년이 저스틴 리에게 내려진 형량. 하지만 대만에선 최대 복역 기간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선처가 없는 한 환갑이 다 되어서 출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으로 2900만 대만달러(약 10억 원)를 내야 한다. 진관희 스캔들을 능가했던, 저스틴 리의 범죄적 스캔들. 60여 명의 대만 여성 연예인이 연루된 이 사건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의 흑역사 중 한 페이지로 기록되고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