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조 3000억 원대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재현 회장의 범행은 피해자가 4만여 명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1조 2900억여 원에 달하는 등 피해규모를 볼 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범죄다. 그룹 총수로서 회사의 부실한 재무구조와 자금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 각종 규제를 위반, 일반 투자자들을 기망해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범행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피해금액의 상당부분이 회복되지 못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현재현 전 회장의 범행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부실 계열사 부당지원 및 시세조종 행위까지 감행해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편취 금액 대부분이 기존 CP 상환자금과 계열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됐고, 피해 금액 중 일부가 피해자에게 상환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현 회장의 계열사 CP 및 회사채 발행으로 인한 사기 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141억 원 횡령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판결했다.
그러나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금융지주회사법위반, 자본시장 금융투자업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또한 계열사간 부당지원으로 인한 배임 혐의도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현 전 회장은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이승국 전 동양증권 대표 등과 공모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1조 3000억 원 어치의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 됐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작전세력을 동원해 동양시멘트의 주가를 조작, 122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277억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현 회장에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3년 6월,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