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거리두기…비주류에 힘 보탠다
안철수 의원이 외부세력을 결집해 문재인 의원(사진)을 압박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간담회의 주 내용은 조강특위 위원으로 들어간 송호창 의원의 사퇴 결정과 안 의원의 민생탐방 계획이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비대위원회가 만들어질 때 비주류 몫으로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함께 참여 제의를 받았으나 두 사람은 선거 실패 책임론을 이유로 고사했다. 이후 전당대회를 위해 전국의 지역위원회를 구성할 조강특위가 결성되면서 안 의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송호창 의원이 위원직에 참여했다.
안 의원은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분명하게 책임지는 정당만이 지지자뿐 아니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헌신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당내에서는 당과 거리를 두려는 안 의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 대 5 지분 조항이 삭제되면서 안 의원은 지분 요구의 명분을 잃고 차후 전당대회와 대통령 후보 선거에 필요한 지분 챙기기가 여의치 않아졌다. 5 대 5 조항을 떠나서도 전략공천 논란을 일으켰던 안 의원이 당의 지분을 요구하기도 어려워 당내에서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평이 많다.
안철수 의원 측도 “안철수계 내부에서 지역위원회에 안철수 지분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그렇게 되면 자기사람 심기 비판이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갈렸다. 이 때문에 안 의원과 송 의원이 고심해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이후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안 의원이 원외세력 결집을 통한 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원외로 활동영역을 바꾸면서 당내 장악력이 강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과 경쟁구도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공동대표 시절 김한길 안철수 의원이 전략공천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당내에 안 의원이 대권주자가 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놓은 셈이다. 김 의원이 안에서 내부를 다지고 안 의원이 밖에서 이미지를 회복하면 재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문재인 의원과 계속 비교가 될 텐데 사실 안 의원이 하는 민생행보를 지금 대권주자인 문 의원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차기 전당대회 도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 비주류 측은 당권을 친노가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안 의원을 추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전당대회가 3개월가량 남았는데 민생행보로 이미지를 쇄신하면 전대 도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여기에 문 의원 대신 정세균 의원이 당 대표로 나오면 해볼 만하지 않겠나. 안 의원 측은 원외에서 박경철 라인 위주로 세력을 정돈하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의원 측도 직접 당권에 도전할지, 아니면 범친노계인 정세균 의원을 당 대표로 할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갔다가 실패했을 경우 받을 정치적 타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야당 정세에 능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가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 문 의원이 당대표로 나오지 않고 정세균 의원만 나온다면 친노가 모두 정 의원을 밀어줄 것이다. 안 의원의 경우 당내 세력은 김한길계뿐인데 친노 세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선거에서 질 것은 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안 의원의 원외 활동에 대해 “안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한 목적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당내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합당할 때 대의원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했던 것에 비하면 건진 것이 없는 셈”이라며 “현재 당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구정치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원외로 나가 자신이 원외에서 가졌던 새정치 이미지와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외부 힘으로 당을 압박해 당을 장악해 들어가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이 당내 지분을 포기하며 원외로 나가는 행보를 보이자 당 안팎에서는 분당설이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비대위와 정치혁신위, 그리고 원내대표까지 범친노계가 장악하면서 비주류 소외론이 일어왔다. 문희상 비대위 구성에 대해 원내에서는 비주류 세력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이 반발했고 원외에서는 김한길계인 정대철 고문을 중심으로 정동영 천정배 고문, 전·현직 의원들의 구당구국모임이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 안 의원까지 원외 활동을 선언하면서 친노 당권 장악 여부에 따라 분당설이 힘을 얻게 됐다는 평이다. 앞서의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내다봤다.
“이전까지 비주류 모임에 분당설이 크게 힘을 얻지 못했지만 안 의원이 원외로 향하면서 분당이 가능해지기는 했다. 친노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안 의원은 설 자리가 없다. 안 의원이 원내외 비주류에 힘을 보태면 세력은 더 커진다. 때에 따라서 분당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실제 김한길·정동영계는 분당을 얘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원외에서 당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단을 내릴 것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