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온 팀 없다” 이틀 만에 초고속 계약
이번에는 1인 시위자까지 나타났다. 자신을 한화 팬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한화 본사 앞에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바란다”며 1인 시위에 나섰다. 마스크를 쓴 이 한화 팬은 피켓에 “존경하는 회장님(김승연). 6년 간 꼴찌해도 변함없이 한화만을 응원한 한화 팬들에게 회장님의 의리를 보여 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어 “김성근 감독은 한화 팬들이 바라는 감독입니다”라고 큰 글씨로 적으며 한화 팬들의 소망을 전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이는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10월 23일 전화통화를 할 때만 해도 “지금까지 전화 온 구단은 없었다”면서 “만약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었다면 고양 원더스가 해체됐을 때 바로 연락이 왔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프로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한 “한화 팬들이 나를 위해 서명 운동을 하고 시위도 한다고 들었다.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담도 크다”면서 “한화나 롯데가 하루 빨리 감독 선임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조용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화 통화 말미에 “아무래도 구단들이 내가 다시 감독으로 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어떤 움직임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로만 프로구단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그러나 이틀 후인 25일 저녁, 한화 감독으로 선임되었다고 발표되었다. 김 감독은 25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고양에서 한화 정승진 사장과 처음 만나 얘기를 듣고 계약서에 사인했다”면서 “갑자기 급히 진행된 일이라 이전 통화 때 얘기를 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연말까지 잡혀 있는 강연 일정으로 당장 선수단에 합류할 수 없지만, 최대한 스케줄을 조절해 선수단 마무리 캠프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