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지난 201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 중 뜨지 못해 아쉬운 1곡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1999년 발표한 ‘민물장어의 꿈’을 택했다.
신해철은 “‘민물장어의 꿈’은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민물장어의 꿈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라며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접한 당시 인터뷰를 기억한 팬들은 ‘민물장어의 꿈’을 찾으며 고인을 기억했다. 실제 28일 오전 인터넷 음원사이트에는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 음원차트 순위에 등장했다.
한편 지난 17일 스카이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신해철은 수술 이후 통증을 호소하며 퇴원과 입원을 반복했다. 이후 지난 22일 새벽 또다시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했으나,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까지 실시하며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신해철은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신해철의 빈소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