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이재만 겨누지 않는 까닭

‘총무비서관은 노터치’ 암묵 동의

[일요신문]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엔 평소 보기 힘든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 ‘복심 중 복심’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이었다. 일부 기자들과 당직자들은 이 비서관을 보기 위해 일부러 국정감사장을 찾기도 했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이 비서관은 구석 자리에 앉아 감사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7월 ‘만만회’라는 비선이 현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만회는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 ‘막후 비서실장’ 정윤회 씨, 그리고 이 비서관을 지칭한다. 이는 이 비서관이 야권의 주요 타깃 중 한 명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정작 국정감사에서 야권은 이 비서관을 상대로 별다른 공세를 펴지 않았다. 왜일까. 

우선 이 비서관에 대한 ‘취재’가 쉽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총무비서관은 자금출납을 포함한 청와대 살림을 도맡는 자리다. 대통령의 사적인 생활도 관리한다.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 많다. 실세 국회의원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정보가 수두룩하다. 이 비서관 개인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경영학 박사 출신인 이 비서관은 1998년 박 대통령 보좌진 합류 후 공개석상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총무비서관은 건드리지 말자’는 정치권의 암묵적 동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무비서관은 자리 특성상 은밀한 일을 수행한다. 과거엔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정치보복이 이뤄지긴 했지만 전·현 정권 인사들 사이에서 총무비서관만큼은 예외로 하자는 합의가 공공연히 이뤄졌다고 한다. 이 비서관으로선 이러한 정치권 전통의 ‘수혜’를 입은 셈이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