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떠났지만, 우린 보내지 않았습니다’
영정 속 신해철의 당당한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지만 서울 스카이병원은 묵묵부답이었다. 28일 오전 해당 병원을 찾은 기자는 40여 분을 기다려 겨우 병원 관계자를 만났지만 “할 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문도 하지 않았다.
5일장으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소속사와 유가족은 의료 사고 가능성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장례 4일째인 30일 오후 서울 스카이병원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고인의 부인 윤원희 씨의 주장이 충격적이다. <연합뉴스>와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윤 씨는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서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는데 우린 수술 동의를 한 적도 없고 사전에 설명을 들은 적도, 그 수술에 서명을 한 적도 없어 거세게 항의를 했다”며 “남편이 엄청 화를 냈는데 주치의는 자기 판단에 필요할 것 같아서 수술을 했다는 식이었다. 수술 직후부터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다. 위를 접었으면 다시 펴는 수술을 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윤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는커녕 사전 설명도 없이 수술을 시행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윤 씨는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분쟁이 시작될 경우 첫 번째 쟁점은 과연 어떤 수술을 시행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이며 두 번째는 수술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씨의 주장대로라면 서울 스카이병원이 이 두 쟁점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부검이 이뤄진 뒤 본격적인 의료분쟁이 시작되면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서울 스카이병원 측의 대응이다. 고인이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에 있는 과정에서 서울 스카이병원을 둘러싼 루머가 나돌자 해당 병원은 급히 ‘루머에 대해 변호사까지 고용해 법적 대응책에 돌입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고인의 사망 이후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고인에 대한 조문도 이뤄지지 않았다.
10월 31일 발인식에서 위패를 든 윤도현(왼쪽)과 오열하는 신해철 유가족. 최준필기자
그런가 하면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병원 법률 자문인 박진석 변호사는 “절대 의료 과실은 아니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더 이상 답변은 곤란하다”며 “만약 유가족이 의료 사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면 해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병원은 책임 소재를 해당 병원이 아닌 ‘연예인이라 병원 주의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는 신해철’에게 돌렸다. 게다가 개인정보가 포함된 어떤 이유로 절대 의료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긴다. 물론 진료 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병원이 임의로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유가족이 의문을 제기해야 해명이 가능한 부분이고 이제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27일 고인이 사망한 이후 매스컴이 의료 사고 관련 의혹을 거듭 제기했음에도 고인의 소속사와 유가족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뭔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추측이 난무했던 것. 그렇지만 소속사는 이런 우려와 달리 조용히 고인이 장협착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경과사항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리곤 지난 30일 서울 스카이병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발인이 있던 31일 오후에는 고인의 부인 윤 씨가 서울 스카이 병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고소장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제출했다.
실제로 서울 스카이병원이 결정적인 뭔가를 내놓을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소송을 통해 의료분쟁이 시작될 경우 고인의 부인 윤 씨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반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인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병원 측에서 주의를 당부한 사항에 소홀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까닭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밝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고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내밀한 내용까지 공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인의 유가족은 화장터까지 가서 화장 직전에 부검을 결정했다. 유가족을 설득한 동료 가수들부터 유가족까지 일관된 목소리는 ‘소송이 목적이 아닌 진실을 알기 위해, 그래서 고인의 죽음이 의문사로 남지 않기 위한 부검’이라는 점이다.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대중들, 특히 고인의 팬들도 같은 입장이다. 이렇게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