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은커녕 보좌관도 안보여 예결 소위 주가 ‘쑥’ ‘한번 만나줘요~’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야당보다 여당이 유리하니 여당 간사에게 가야겠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보좌관이 기자와 예산안 얘기를 나누다 한 말이다. 그는 “주로 예산안 결정에도 여당의 입김이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어차피 여당 의원이 거의 없는 전라도 지역 등도 배려해야하니 기왕이면 (부탁해) 우리 지역을 해주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예산 챙기기 전략을 전했다. 여야가 세월호법과 증세 등으로 싸워왔지만 지역 예산 챙기기에 대해서는 당의 구분이 없는 셈이다.
한 해 국가운영의 예산을 정하는 정부 예산안은 먼저 정부가 큰 틀의 예산을 책정해 국회로 보내고 국회에서는 예결위원회 산하의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해 토의를 벌인다. 해당 과정은 정부 예산안의 구체적인 액수 조율이기에 각 지역구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로 100억 원 단위의 큰돈이 오간다는 점에서 지역마다 혜택 여부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워낙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마지막 절차로 위원장과 여야 간사, 그리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의원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장소에서 최종 예산안을 결정해 상정한다.
지역구 표심이 달려있는 만큼 각 의원실에서는 예산을 사수하기 위해 소위에서 입김이 센 간사들부터 위원들까지 각종 방법을 이용해 로비에 나선다. 소위는 50명의 예결위 위원 중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포함한 15명의 위원을 선발해 구성되기에 예산의 칼자루를 쥔 핵심부로 꼽힌다.
보좌진들은 예결위 소위 위원들과의 접근력이 좋은 것이 결국 지역구 예산 챙기기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주로 해당 의원실과 친분이 있는 사이나 의원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중진 의원들은 비교적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유리한 편이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이 앉아서 전화를 하면 관련 의원실 보좌관이 방을 직접 찾아와 요구사항을 듣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의원실처럼 힘들여 예결소위 위원들이나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니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반대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초선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실 비서관은 “예산안 심의가 있기 때문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인맥이 있으면 부탁하고 싶지만 초선이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야당 초선 의원은 더 어렵다.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에 예결위 의원실에 부탁하려 했는데 의원은 고사하고 보좌관도 만나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부탁을 넣어놓고 (그쪽에서) 연락을 받아주기로 했는데도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이 시기에는 예결위 간사 방에 기관 관계자들이 줄을 서 있고 의원들도 의원회관에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실 비서관은 “서울시 예산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구 시의원들이 예산을 잘 따내야 한다. 주로 보좌관 출신들이 이미 국회에서 해봤기에 예산 확보 능력이 좋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능력 있는 보좌관 출신을 시의원으로 둔 지역구 의원들이 유리하다.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의 능력 여하에 따라 예산 확보가 갈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련한 의원들은 국회의 숨은 실세들을 공략하기도 한다. 예산 관련 업무를 하는 능력 있는 공무원들 등을 통해 카운슬링을 받아 실질적인 해결 답안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은 이렇게 귀띔했다.
“예결위에서 오래 일한 전문위원이나 공무원들은 예산과 관련해서는 의원들보다 잘 아는, 시쳇말로 능력자들이다. 그들에게 가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듣고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 숨은 공무원 능력자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만 만나주는 등 연락 닿기가 쉽지 않다. 초짜들은 힘들게 간사나 예결소위 위원들만 따라다니지만 노련한 의원들은 숨은 실력자들을 평소에 관리해 효율적으로 일을 해결한다.”
기획재정위원회를 오래 맡아 전문가가 된 국회의원들도 능력자 반열에 든다. 앞서의 보좌관은 “기재위를 오래한 의원들 중 예산을 잘 짜는 의원들이 있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잘 챙긴다. 아무래도 기재위가 돈과 관련된 일을 하니 기재위 출신 의원들도 예산을 챙길 수 있는 빈 공간을 잘 찾아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