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 ‘최후수단’… 시술 남발 문제다
비만수술의 안전성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오른쪽 수술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만수술은 사실 고도비만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줄’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식이요법 등과 같은 낮은 단계의 접근으로는 도저히 비만과 맞서서 싸울 수 없는 사람들이다. 고도비만은 지방세포 자체의 심각한 변성으로 지방세포가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즉 신체가 비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계점에 이르러 비만에 의한 각종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거나, 이미 비만관련 질환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고도비만자의 대부분은 2가지 이상의 심각한 동반이환 질환을 갖고 있거나, 식이요법이나 내과적 치료를 받았으나 체중감량에 실패한 ‘환자’로 분류된다. 특히 우리나라 등 아시아인에서의 고도비만은 합병증 위험이 높은 내장비만과 복부비만이 심한 형태란 특징이 있다. 고도비만은 거대대식세포의 증식으로 비만세포 내에서 50여 종의 염증물질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는 각종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대사 장애 증후군을 유발하는 등 합병증 발생을 동반하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도비만인 사람은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심장병, 암, 당뇨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컸는데 수명도 6.5년에서 최대 13.7년까지 단축된다.
물론 미국처럼 심각한 수준(3억 1000만 명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비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비만율도 매년 높아져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자료 1억 건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국내 초고도비만율은 0.2%에서 0.5%로, 고도비만율은 2.5%에서 4.2%로 크게 증가했다. 비만율은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30 이상은 비만, 35 이상은 고도비만, 40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고도비만의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수술을 택하는 환자들도 늘어났다. 2003년 국내에서 시행됐던 고도비만수술은 단 125건뿐이었으나 2009년 778건으로 약 6배가 증가했다. 이마저도 공식 통계가 아닌데 의료계에서는 최소 한 해 1000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고도비만 수술이 전 국민적인 다이어트 열풍을 타고 고도비만자들뿐만 아니라 경증의 비만자들도 ‘애용’하는 치료수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다 의료계도 ‘돈이 되는’ 비만수술에 대해 집중 투자를 하면서 과잉의료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신해철 씨 사망에 비만수술이 논란이 되면서 이 문제도 급기야 폭풍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고 신해철 씨의 사인을 두고 과거 시행했던 비만수술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A 씨는 고도비만 수술의 과잉과 그 상업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원래 비만수술은 고도비만환자가 많은 미국에서 크게 발달했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미국에 유학하며 수술법을 배워와 개인병원을 개원하면서 수술 사례도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종 수술의 후유증과 합병증 사례가 보고되면서 그 수술 기준이 엄격하게 강화되고 있다. 비만수술은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심각한 사례가 아니고서는 수술을 잘 안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다이어트 열풍을 타고 고도비만자도 아닌 경증의 비만자임에도 미용이나 건강을 목적으로 그 수술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의료계도 그 기준을 엄격하게 하지 않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수술을 해주며 상업화로만 치닫는 게 국내 비만수술의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정작 비만수술이 절대 필요한 고도비만자들이 그 직·간접적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접촉한 또 다른 의사 B 씨도 우리나라 의사들의 비만수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의사들 사이에서 비만수술이 돈이 되는 수술로 알려지면서 최근 그쪽이 한창 인기가 있다. 요즘 누가 외과 개원해서 크게 돈을 벌 수 있느냐. 우리나라도 미용 전문 외과가 크게 늘어나면서 비만수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직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병원도 그렇게 많지 않아 전문 마취의사 없이 수술하는 곳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비만수술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외국에서 수술을 잘 안 해주니까 우리나라에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돈을 버니까 의사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해철 씨 사망에 비만수술이 관련되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최근 의료계는 바짝 몸을 엎드리고 있다. 기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의사들도 모두 이 문제만큼은 입을 닫고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의 의사 B 씨는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위밴드 수술을 받은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이 수술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해철 씨 사망 사고가 나고 그 문제가 심각해지자 모두 입을 닫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 의사들도 ‘아리송해’ 80% 이상 “안전성 장담 못해”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의료계에서는 매년 1000건 이상의 비만수술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발표한 <고도비만환자 대상 비만수술의 효과 및 경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수술(위밴드술,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을 제대로 아는 의사들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가 ‘돈 되는 분야’로 알려지면서 가정의학과, 내과, 외과, 성형외과는 물론이고 대학병원까지 나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의사들은 비만수술(위밴드술,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과 지방흡입술, 지방융해술, 위부분절제술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 대체로 부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43%가 비만수술의 효과와 안정성에 대해 “잘 모른다” “현재의 근거수준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29%는 “효과는 있으나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의사의 9%는 “효과적이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의사의 단 15%만 비만수술이 실제 체중감소에 효과가 있으며 안전하다고 여겼다. 다시 말해 의료진 100명 중 81명이 비만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자료를 공개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의료진의 80% 이상이 비만수술에 대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의료기관에서 비만수술에 대해 앞 다투어 홍보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환자의 안전은 뒤로 한 채 수술을 부추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만수술이 안전하고 유효한 수술방법인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
| 수술의 종류 위 묶고 가르고 자르고… 효과 클수록 더 위험 평범한 일상도 버거운 고도비만환자들에게 수술 치료는 최후이자 최선의 수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고도비만수술은 위밴드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이 있다. 이중 위밴드술의 비중이 높지만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을 택하는 사람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위밴드술로 효과를 보지 못한 고도비만환자들이 다시 병원을 찾아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을 택하기도 한다.
고도비만 수술 관련 SBS 방송 화면 캡처. 비만수술 중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위밴드술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식품의약안전청이 첫 시판허가를 내면서 도입됐는데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에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밴드를 채워 위장의 음식이 덜 내려가게 하는 방법으로 비만을 치료한다. 이를 통해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포만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되는데 다만 다른 수술보다 절식하려는 환자의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편이다. 위밴드술은 여러 가지로 환자의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인위적으로 위를 절제하는 것도 아니며 1시간 이내의 짧은 수술 시간 이후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올바른 식습관만 갖추면 밴드를 제거한 뒤에도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고 가격도 700만 원선으로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보다 저렴하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불룩하게 나온 부분을 세로로 아래위로 길게 절제해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 위 크기가 약 10분의 1로 줄어들어 자연스레 음식섭취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위를 잘라내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세포군도 함께 제거돼 식욕감퇴를 유도하고 비만과 관련된 당뇨, 고혈압 등 기타 질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위소매절제술도 위밴드술처럼 전신마취 후 복강경수술로 진행된다. 하지만 위를 인위적으로 절제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며 특히 위내시경 검사의 어려움 등으로 위암 발병률이 높은 아시아에서는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더욱이 수술비용만도 1000만 원가량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자료출처=서울대병원 의학정보 극단적인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를 최대 99%까지 잘라내는 위우회술도 있다. 식도를 위와 분리한 뒤 위의 상부만 약간 남긴 채 소장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위우회술을 받으면 대부분의 음식이 위와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내려가게 돼 음식섭취를 줄이는 동시에 흡수도 제한시킬 수 있어 체중조절에는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또한 당뇨병 개선에도 좋지만 문제는 부작용과 비용이다. 수술의 어려움으로 대부분 대학병원에서만 시행하고 있으며 1500만 원 내외의 고비용이 발생한다. 부작용도 다양한데 구토 증세나 위궤양부터 심각하게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고도비만수술에는 항상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무분별하게 고도비만수술이 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기준으로 위밴드술을 포함한 고도비만수술 대상자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WHO가 밝힌 기준을 보면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35사이의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경우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비만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쿠싱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비만을 유발하는 내분비질환이 없는 경우 △체중 감량 의지와 수술 이외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어야 하고 △18∼60세로서 심각한 정신과적 병력이 없어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