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산 독자 참여” VS “포털 입김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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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당신, 소송의 주인공 될 수 있다 △피케티는 21세기의 마르크스인가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 등 뉴스펀딩 콘텐츠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은 뉴스 콘텐츠 제작에 크라우드 펀딩을 끌어들였다. 다음은 언론사의 뉴스를 유통하던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고 투자하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뉴스와 펀딩이 만났다는 ‘다음 뉴스펀딩’ 서비스가 그것이다. 다음 뉴스펀딩 서비스는 기자가 뉴스를 생산해 일방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뉴스펀딩은 언론 매체나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취재와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독자로부터 조달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신 독자는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자보다는 ‘후원’이나 ‘기부’의 성격이 강한 뉴스펀딩은 후원자가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것 대신 콘텐츠 생산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생산자(대부분 기자)가 초대하는 오프라인 강연 등으로 보답을 받는다.
후원자가 뉴스펀딩을 통해 콘텐츠 제작을 요청하고, 다음은 프로젝트에 적절한 매체와 기자를 조율해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도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 진일보한 모습이다. 언론사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뉴스 콘텐츠 생산의 기회가 독자들에게도 열린다는 의미다.
뉴스펀딩에 참여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콘텐츠 생산자에게 후원하고 싶으면 모바일을 통해 1000원부터 후원을 하면 된다. 5000원과 1만 원 단위 후원도 가능하다. 5000원 이상을 후원하는 이용자들은 생산자가 제공하는 강연초청이나 서적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뉴스펀딩에는 11월 6일 기준으로 △당신, 소송의 주인공 될 수 있다(시사인 주진우 기자, 목표액 670% 달성, 모금액 6718만 9000원) △야구로 먹고 사는 꿈(김은식 칼럼니스트, 목표액 22% 달성, 모금액 156만 8000원) △피케티는 21세기의 마르크스인가(매일경제·글 항아리 출판사, 목표액 22% 달성, 모금액 114만 원, 후원종료)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목표액 102% 달성, 1022만 8000원) 등 13개의 콘텐츠가 펀딩을 받았고, 이중 8개는 아직 후원이 진행 중이다.
뉴스펀딩을 통해 생산되는 뉴스 콘텐츠는 기존의 기사와는 차이를 보인다. 속보경쟁이 없는 것도 뉴스펀딩을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의 특징이다. 대신 뉴스펀딩에 참여하는 매체와 기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심층적으로 보도한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오랜 시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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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뉴스 유통만으로 거대 미디어 권력이 된 포털사이트가 뉴스 생산에까지 나서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1차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다음은 몇몇의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하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포털이 뉴스주제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언론사 편집권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펀딩은 ‘거대포털의 뉴스생산’이라는 의미보다는 ‘양질의 뉴스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저널리즘학연구소 이봉현 연구위원은 “거대 포털의 언론사 편집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기존 포털이 말초적인 주제로 클릭수를 올릴 수 있는 편집을 하고, 외부의 영향을 받아 입맛대로 뉴스를 배치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며 “결국은 책임감의 문제다. 뉴스펀딩이 저널리즘 발전에 도움이 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진다면 현재 다음 측이 유통플랫폼으로서 행사하는 정도의 편집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포털이 잠식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포털에서 뉴스펀딩과 같은 모델이 창출된 배경은 결국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림대 심훈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기존언론에 대한 불신이 다음의 뉴스펀딩을 만들어 낸 배경이라고 본다”며 “독자들은 부당한 경제적·경영적 압력에서 벗어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기자들 스스로 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포털이 플랫폼이 돼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형적이지만 진일보한 형태”라고 말했다.
결국 뉴스펀딩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보고 기꺼이 지갑을 열 후원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심훈 교수는 “온라인 수익모델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뉴스타파> 같은 집단은 100% 펀딩 개념이 아닌 기부나 후원의 개념으로 상당한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언론사만이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은 변했다. 다음은 네이버와 비교해 아고라와 같은 콘텐츠로 뉴스나 여론에서는 더 강세를 보였다. 다음이 시도한 진일보한 형태의 뉴스의 성공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봉현 연구위원은 “뉴스펀딩의 기회가 극단적인 기사에 몰리거나 ‘팬덤’에 의해 편중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권력감시나 환경감시 기획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독립 언론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상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