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에 무 자르듯… ‘커지는 마찰음’
공인중개사들이 지난 7일 ‘국토부 부동산중개보수 개악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중개수수료 인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정부가 이번에 개선하기로 한 부분은 고가 주택 중개수수료율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매매가 6억 원 이상, 전세가 3억 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내야 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현재 요율 0.8% 범위 안에서 당사자 간 협의하도록 한 전세보증금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중개보수는 0.4%로 요율이 낮아진다. 매매값 6억~9억 원 구간의 경우도 기존 0.9%에서 상한선이 0.5%로 내려간다. 전세 6억 원 이상, 매매 9억 원 이상인 경우는 지금처럼 각각 0.8%, 0.9% 범위 내에서 협의하도록 했다. 저가 구간인 매매 6억 원·전세 3억 원 미만 주택은 기존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3억 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A 씨가 내년에 재계약할 경우 중개 수수료는 120만 원으로, 지금(240만 원)보다 절반 줄어드는 셈이다. B 씨가 6억 원짜리 집을 살 경우 지금은 최대 540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내년에 계약을 한다면 3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는 오피스텔 중개수수료도 세분화된다. 주거용 오피스텔 매매 거래 때에는 0.5%, 전세는 0.4%의 요율을 각각 적용하고, 비주거용 오피스텔과 상가, 토지 등 주거용 이외 중개물 거래 때에는 기존과 같은 0.9% 범위 안에서 협의하도록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현재는 매맷값이 2억 원이라면 최고 180만 원의 중개보수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100만 원으로 지금보다 80만 원 덜 내도 된다. 1억 원짜리 오피스텔 전세일 경우도 중개업소는 현재 최대 90만 원까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지만 내년에는 많아야 40만 원밖에 못 받게 된다.
이번 중개보수 인하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구체적으로 매매값 중개료보다 전세값 중개료가 더 비싼 역전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세값이 3억 원이 넘는 집을 구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가 2억 원 이상부터 6억 원 미만인 집을 살 때의 수수료보다 더 비싸다. 예를 들어 매맷값 3억 원인 집을 살 때는 중개료 120만 원을 내야 하지만, 3억 원인 전셋집을 구할 때는 두 배인 240만 원을 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현재의 중개보수 체계가 만들어진 2000년 당시만 해도 6억 원 주택이 고가에 해당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법상 고가 주택은 9억 원으로 돼 있다. 실제로 2000년 전국에 매매 6억 원 이상인 주택은 0.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경우 5.7%로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1%에서 26.5%로 크게 증가했다. 전셋집도 마찬가지다. 2000년 전세보증금이 3억 원 이상인 주택은 0.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6.7%로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0.8%에서 30.3%로 급증했다.
중개수수료 요율 0.9% 범위 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는 오피스텔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00년 4만 6398실밖에 안 되던 오피스텔은 지난해 말 기준 42만 9746실로 9.3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 87%가 주거용으로 활용되고 있어 사실상 주택과 차별화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두 번째는 중개업계와 정부가 보는 실제 적용 요율 차이다. 실거래시 소비자와 중개업계가 협의해 책정하는 요율이 얼마인지에 대해 양측의 통계가 다른 것이다. 중개업계는 현재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는 매매시 6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평균 0.55%, 9억 원의 경우 0.7%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책정한 6억~9억 원 사이 0.5% 요율보다 높은 편이다. 정부의 안은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고가구간 실제 수수료율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임대차 주택의 경우도 협회가 제시한 안은 3억 원 이상 전세는 요율 0.6%다. 반면 정부 개선안은 3억~6억 원 구간의 경우 0.4% 요율을 상한으로 두고 있다.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 비주택부분은 완전 자율화하자는 게 중개업계 요구다. 국토부 측은 “요율 자율화는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불가 입장이다.
중개수수료 개선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이 불합리한 구간에 대한 조정일 뿐이라며 고가 주택 구간과 오피스텔 부문만 요율을 조정했다. 하지만 중개업계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2000년대 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월세의 환산보증금 계산시 기준 100에서 200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5.25%였던 2000년대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전·월세전환율이 크게 떨어진 현재 수수료가 턱없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000년에는 1억 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는 50만 원이나 됐다. 월세전환율이 10%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개업체가 챙길 수 있는 수수료는 30만 원(수수료율 0.3%)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억 원인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는 25만~30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월세를 30만 원이라 계산해도 환산보증금 기준 100을 곱하면 총 보증금은 8000만 원으로 수수료가 24만 원에 그친다. 중개업계는 이에 따라 월세 보증금 환산율 기준을 100에서 200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정부는 소비자 부담 가중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