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화점 매각 잇단 유찰 ‘발동동’…“상생방안 마련” 지역사회 요구에 ‘응답’해야
6년여의 기다림 끝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고성준 기자
지난 12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찾았다. 이날 신 회장은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와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등의 설명을 듣고 직접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지하 2층~지상 6층의 부지면적 2만 9223㎡, 연면적 13만 6955㎡, 영업면적 5만 1867㎡에 달하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신동빈 회장이 오랜 싸움과 기다림 끝에 안은 곳이다. 국내 유통업계 라이벌 신세계와 5년간 법적분쟁을 벌였고, 유예기간 1년까지 보낸 후 지난 4일 신세계에서 롯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신규 오픈했다.
신 회장이 주말에 사업장 현장점검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처음이다. 인천터미널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롯데는 인천터미널 인근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등에 복합쇼핑몰 개발을 추진, 롯데백화점·마트·복합쇼핑몰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롯데타운’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기존 인천지역에서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 작업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앞서 2012년 롯데가 인천종합터미널을 매입하자 공정위는 롯데의 상권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인천점과 부평점, 부천중동점 중 인천점을 포함해 2곳을 매각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차례에 걸쳐 인천점과 부평점 2곳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으나 매수희망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인천점과 부평점의 감정가격은 각각 2299억 원과 632억 원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감정가격의 60% 수준으로 매각가를 낮췄다. 이달 중 재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공정위가 권고한 매각 시한은 오는 5월 19일까지다. 롯데백화점이 정해진 시한 내 이들 점포를 매각하지 못할 경우 안건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회부된다. 공정위는 내부 논의를 통해 롯데백화점에 부과할 이행강제금을 산정한다. 그러면 롯데백화점은 공정위가 정한 이행기간의 종료일 다음날부터 시정조치를 이행하는 날까지 관련 매출액의 일부를 이행강제금으로 물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이 인천지역사회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픈 점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개점 3일째인 지난 7일 백화점 출입구에서 롯데를 향해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어 “인천터미널점이 지역사회 공헌과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라”며 요구안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게 제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할 당시에는 식음료매장 40여 개 중 인천지역 업체가 12곳 입점해 있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매장 규모를 더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점 지역업체가 불과 3개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인천지역에서 일하는 중소업체들과 상생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과거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인천교통공사와 협약해 매년 1억~3억 원 정도 지역사회발전기금을 냈으며 별도로 장학기금도 1억 원가량 냈다”며 “반면 롯데백화점은 앞서 인천점을 운영하면서도 지역사회 공생 공헌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롯데백화점 측에 지난 14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아직 답변이 안 왔는데, 롯데백화점 측에서는 개점 때문에 바빠 관련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라며 “답변을 보고 대응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역사회 공헌과 상생방안은 금방 나오는 건 아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