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크 “남양주시 고발 납득 안돼” 남양주시 “현행법 위반 시설 운영 불가”…귀가한 입소자 일부 다시 마약 손대
#경기도 다르크 vs 남양주시 진실 공방
다르크는 그룹홈 형태의 마약중독 재활센터다. 입소자들은 24시간 함께 지내며 중독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합숙 형태로 마약중독 치료를 하는 기관은 국내에서 다르크가 유일하다. 다르크는 1985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고 2012년 한국에 들어왔다. 서울, 남양주, 인천, 김해, 대구 등 5곳에 센터가 들어섰다. 이 중 남양주에 있는 경기도 다르크는 가장 규모가 크다. 15명의 인원을 수용했다. 다른 센터는 10명 내외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 다르크가 폐원하면서 합숙 형태의 마약중독 재활센터는 3곳만 남았다.
경기도 다르크는 2019년 4월 남양주시 퇴계원 인근에 자리 잡았다. 이후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2023년 3월 남양주시 호평동으로 이전했다. 이때 마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러 언론에서 임 센터장과 경기도 다르크를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유명세가 화근이 된 걸까. 아파트 인근에 마약 재활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은 센터 폐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주민 단체인 ‘호평동 아파트대표 연합회’는 다르크 이전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단체는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시설 이전 진행에 대해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7월 11일에는 호평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미리 민주당 경기도의원이 ‘마약중독치유 재활센터 호평동 이전 반대’ 서명부를 경기도청 정신건강과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서명부에는 주민 4111명의 서명이 담겼다.
남양주시는 6월 29일 ‘정신건강복지법’을 위반했다며 경기도 다르크를 경찰에 고발했다. 2019년 시설을 개소한 이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7월에는 운영 중단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행 기간은 한 달로 정했고, 이행하지 않으면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예고했다.
센터도 대응에 나섰다. 센터는 8월 16일 남양주보건소에 시설등록 신고서를 제출했다. 8월 18일에는 의정부지방법원에 행정명령 효력 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9월 12일 남양주보건소는 센터가 제출한 시설등록 신청에 대해 ‘신고 불가’를 통보했다. 불가 사유는 △입지장소로 부적합 △사업 계획 및 소요경비 등 자료 미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위반 등이다. 9월 12일 기준 경기도 다르크 시설은 폐쇄된 상태다.
의정부지법은 8월 29일 심문 절차를 거쳐 센터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처분으로 인해 경기도 다르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임 센터장은 규정을 지키지 못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중독 재활센터의 경우 5명의 직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한다. 임 센터장은 재정이 열악해 직원을 채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센터는 입소자가 매월 부담하는 50만 원과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임 센터장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임 센터장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센터가 규정을 준수하지 못할 만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 경기도, 남양주시와 다르크 지원방안을 논의했는데 몇 달 뒤에 경찰에 고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시설 변경 신청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했다.
임 센터장은 남양주보건소가 9월 12일 보낸 신고 불가 공문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청소년보호법은 지자체가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다르크 같은 중독자 재활시설은 청소년 유해업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센터에서 재활하고 있는 중독자들이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위반 여부도 논란이다. 남양주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제17조 제1항 제3호 별표7’을 근거로 “사무실, 상담실, 식당, 집단활동실의 경우 겸용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시설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실제 위 규칙에는 겸용사용이 불가하다는 대목은 없다.
남양주보건소 관계자는 “(시에서 판단하기로는) 모든 시설이 각각 있어야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신건강복지법) 한 가지로만 불가 사유를 정한 것은 아니고 나머지 사유도 종합해서 불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8일 남양주시는 개선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했고, 9월 12일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서 주 시장은 “마약중독자 정신재활시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학교 근접거리에서 현행법을 위반해 시설이 운영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양주시는 경기도 다르크와 취소 소송 본안 심리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주보건소 또 다른 관계자는 “시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경기도 다르크 측은 주민 단체와 협의해 시설을 운영하겠다는 입장문을 남양주시에 전달했다. 필요하다면 학교나 아파트 인근이 아닌 부지로 이전하겠다고도 했다. 임 센터장은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지만, 시에서는 별다른 답이 없다. 지금은 시설비용만 나가고 있다.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000만 원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경기도 다르크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입소자 16명 중 8명이 집과 병원으로 흩어졌다. 나머지 8명은 양주시에 있는 어느 요양원에서 임시로 생활하게 됐다.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 중”이라고 임 센터장은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간 8명 중 2명은 각각 서울과 경기도 성남의 자택에서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이들은 마약 투약 후 경찰에 자진 신고했고, 구속 기소돼 재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원에 남아 있는 남명우 씨(27)는 “(마약을 다시 한) 사람들은 (다르크에 입소한 지)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있다가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남 씨는 시설 폐원이 두 입소자가 다시 마약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는 입소 3개월이 지나면 마약중독에 어느 정도 저항력이 생긴 것으로 판단한다. 3개월이 지난 입소자는 선임자가 된다. 선임자는 시설 인근 편의점 등 간단한 외출을 할 때 다른 입소자들을 인솔할 수 있다. 3개월이 지나기 전 집으로 돌아간 이들이 마약의 유혹에 다시 넘어간 셈이다.
경기도 다르크 입소 기간은 1년이다. 보통 1년 동안 마약을 끊으면 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되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면 시설에서 머물며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2월에 입소한 남 씨는 1년이 지난 다음 직업 교육을 받을 생각이었다. 남 씨는 “마약 중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 중독으로 시설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부모님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저희를 중독자로만 보지 말고 회복해서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