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 부실 발생은 물론 입주 전 하자 발견도 상당수…벌점제 등 처벌 대책 마련했지만 실효성 떨어져
부실시공은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한 것을 의미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년 동안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은 총 41만 853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발생한 사고로는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짓고 있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의 201동 아파트 붕괴 사고, 지난해에는 GS건설이 지은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에서 불거진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부실시공’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현산에 부실시공을 이유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다. 두 업체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부실시공은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을 불안·불편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부실시공이 발견돼 새로 짓는다 해도 문제다. 앞의 두 사례에서는 건설사가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예상했던 입주 시기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자’도 문제다. 하자란 설계 도면대로 시공했으나 사용검사 이후 안정상·기능상·미관상 결함이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롯데건설 ‘노원 롯데캐슬시그니처’의 침수·곰팡이·균열 문제,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라파아노삼송’의 마감품질 미흡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자도 예비 입주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예비 입주자는 신축 아파트 준공 45일 전 공사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사전방문을 통해 1~2일 동안 내 집의 하자가 없는지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된는 경우가 꽤 많다.
국토부가 지난 3월 24일 공개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처리 현황’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는 2019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연평균 4300여 건의 하자 분쟁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 3954건, 2020년 4173건, 2021년 4717건, 2022년 4370건, 2023년 3313건으로 나타났다.
부실시공나 하자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제기돼왔다. 출혈 입찰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입찰에서 이기려면 공사비를 낮춰야 하는데 원자재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선택하기 일쑤다.
국토부에 따르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지지대인 동바리를 조기에 철거하거나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과정에서 보온 조치를 표준시방서보다 빠르게 끝내 콘크리트 품질이 저하된 탓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자를 대신해 시공 전반을 관리하는 감리제도가 미흡하게 운영되는 것도 원인이다. 대부분 감리는 발주자와 계약 관계로 종속돼 있어 발주자의 이익에 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또 감리가 엄격하게 관리할수록 공사비가 증가하는 탓에 내실 있는 감리에 한계도 있다.
2022년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국토부는 아파트 붕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실시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부실시공 예방을 위해 시공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감리 내실화 등을 통해 시공사 견제를 강화하며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는 게 골자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시공 근절과 하자 저감을 위한 대책은 선진국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국토부는 해당 방안을 통해 발주자가 시공사에 적정 공사 기간과 공사비용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법적 강제성이 없다. 현장의 공사 기간이 여전히 짧은 이유다.
감리 내실화를 위해서도 정부는 감리의 공사 중지 명령 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 면책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공사 중지 실효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여전히 감리는 발주자와 계약 관계가 유지돼 있기에 이 방안도 유명무실하다. 무관용 원칙 엄정 대응을 위해 마련된 원·투 스트라이크 제도 등에 대해서는 시설물 중대 손괴나 근로자·일반인이 사망하는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만 적용된다.
실효성 떨어지는 제재도 문제다. 부실시공에 적용되는 벌점제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제재 수위가 상당하다. 벌점을 1점이라도 받은 시공사들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시 감점이 될 수 있고, 20점이 넘어가면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시공능력 평가금액을 산정할 때도 벌점에 따라 최근 3년간 건설공사 실적의 3% 범위 안에서 감액된다. 무엇보다 아파트 선분양이 제한될 수도 있다.
부실시공 업체가 실제 벌점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허점이다. 부실시공이 발생하면 현장 조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가 처분 결정을 내린다. 다수 시공사는 처분 결정에 불복해 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시공사들의 선택이 받아들여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형사판결까지 가야 한다. 부실공사 업체 처분에 최소 1~2년은 소요되는데, 그 사이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부실 벌점의 산정 기간이 2년이라는 점도 문제다. 감독당국의 제재가 적절하다는 형사판결까지 2년 이상 소요될 경우 시공사가 벌점을 받더라도 기존에 받은 벌점이 초기화되면서 벌칙 수위가 경감될 수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키스콘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벌점이 5점을 넘은 건설(시공) 업체는 삼우아이엠씨가 유일했다. 이안알앤씨(4점), 계담종합건설·키움건설(3점)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515개 업체는 3점 미만이었다. 최근 큰 사고가 불거진 HDC현대산업개발조차 0.5점, GS건설은 0.78점으로 나타났다. DL이앤씨, 현대건설, 대우산업개발은 0점이다.
하자는 부실시공과 다르게 사전 방지 대책이 없다. 부실시공은 설계도 기준으로 부실 여부를 따질 수 있으나 하자는 수많은 변수에 노출돼 있고, 사람마다 느끼는 하자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실시공처럼 벌점을 매겨가며 단속하기는 과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국토부가 2019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통해 하자에 대해서도 벌점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무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자에 불만이 있다면 예비 입주자가 직접 사업자 측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하자 여부를 판단해 사업 주체와 예비 입주자 간 분쟁이 조정될 수 있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실시공 원인은 공사비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을 지나치게 줄이면서 발생한다. 짧은 공사 기간에 숙련된 근로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현장 근로자는 외국인이다. 시공사의 공사 기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들을 좀 더 정교하게 손을 보든지, 숙련된 근로자들을 더 많이 양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