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눈길은 온통 그녀에게 쏠리고 있었다. 아침저녁 문안인사는 물론 하루에 많게는 수십 번 이상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그였다. 그녀는 이런 그의 관심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되었다.
그런데 연인이 된 후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날마다 수십 번 오던 문자는 점점 줄어들어 이젠 그녀가 문자를 몇 번 해야 겨우 한두 번 올 정도가 되었다. 그의 선물세례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젠 기념일에나 받는 정도. ‘내가 마음을 주고 나니 마음이 돌아선 게 아닌가’란 생각에 초조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미친 듯이 그에게 달려가 사랑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마음을 놓는 그녀.
그의 열렬한 사랑과 끈기에 감동한 그녀이기에 시간이 갈수록 그의 연락이 줄어드는 것이 사랑이 식는 것 같아 고민이 점점 깊어만 간다. 그녀의 우려가 맞는 것일까. 그는 그녀를 예전처럼 사랑하지 않기에 연락을 잘 안 하는 걸까.
♥ 설레지 않는 마음, 그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올해 스물여덟의 여성 K 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수년간 허물없이 지내던 한 남성과 몇 달 전 교제를 시작한 그녀. 자신과 말이 잘 통하고 느낌이 비슷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게 과연 사랑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와 만나면 즐거우면서도 도통 설레는 법이 없는 탓에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랑에 아직 초보인 그녀는 영화처럼 극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사랑에 빠지면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연애는 그녀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었다. 일주일을 안 만나도 견딜 만했고 전화통화가 길어지면 가끔 지루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연애란, 사랑이란 불타오르듯 뜨거워야만 하는 것일까.
▲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 ||
문자가 줄어들어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져도 그들은 분명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영화나 소설 속 러브스토리에 열광하고 거기에 자신을 몰입시켜 자신의 사랑과 비교하곤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떠들썩하게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한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운명적인 사랑,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은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를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그 안에 빠져들더라도 현실 속 나의 사랑은 드라마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이 익히 알려진 사랑의 공식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현실의 사랑이 드라마와는 다르기 때문이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라. 하루에 수십 번 전화를 주고받는 ‘남들의 사랑’보다 하루에 한 번 전화할까 말까 한 ‘우리의 사랑’이 더 깊을 수 있다.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게 된 것 자체가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