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전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전북도의 싱크탱크인 전북발전연구원의 일그러진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타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베끼고 연구원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했다는 지적이 아프다.
전북 최고의 연구기관이 타지역 연구기관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은 신뢰의 추락 뿐 아니라 도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낳았기 때문이다.
전북도의회 김연근 의원은 지난 24일 전발연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전발연 간행물인 ‘2013년 전북리포트’의 내용 중 일부가 2011년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작성한 내용과 거의 같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발간한 ‘유네스코 유산등재 확대를 위한 전북 후보군과 등재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이중게재 논란에 휩싸였다.
한 도의원은 “무늬만 가게였지 옆집 주인 몰래 물건 가져다가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혹평했다.
또 지난 6월 한문화창조산업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며 5억원의 사업비를 두개로 쪼개 전임 원장이 재직 중인 원광대와 수의계약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회의비와 수당이 과다 지출됐고, 업무추진비 사용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발연의 대처는 더 실망스러웠다. 지난 19일 행정사무감사 도중 정진세 의원에 대한 외부압력 시비가 일어 감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반성이 아니라 해명에 급급했다.
실망한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짜깁기 연구’ ‘전북도 입맛에 맞춘 용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전발연을 성토했다. “박사급 연구원 10여명을 보유한 싱크탱크가 맞느냐”는 질타도 나왔다.
전발연 강현직 원장은 그제서야 수긍하고 “잘못했다. 개혁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또 있다. 전발연구원이 도지사의 사적 연구기관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의 미래 비전과 정부계획이나 국가예산 확보에 기여할 정부계획 과제 등에 주력해야 할 전발연이 전북도의 입맛에 맞는 도정의 현안 용역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것이다.
이는 매년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로 25억~40억원을 전북도로부터 출연받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발연은 도의회의 이번 회기 행정사무감사에서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전발연이 살 길은 뼈를 깎는 쇄신과 신뢰 회복뿐이다. 스스로 바로 서지 않으면 외부에서 칼을 댈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전발연으로 넘어갔다.
취임 한달 만에 강풍을 만난 강현직 전발연 원장의 ‘개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 최고의 연구집단, 전발연의 지성을 믿고 싶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