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자야 하나님 만난다”
9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한 교회에서 포교활동을 해온 조 씨가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농락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경부터. 조 씨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젊은 여신도들에게 흑심을 품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성관계를 맺어왔다. 자신의 파렴치한 성행각을 숨기기 위해 조 씨가 내세운 것은 어이없게도 ‘하나님’이었다.
조사결과 조 씨는 “너와의 성관계는 하나님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다” “내 정액을 받아야 너의 모든 일이 잘 풀린다” “나와 성관계를 맺어야 네 병이 치유된다” 등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여성 신도들을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2003년 7월 부산의 한 모텔에 신도 A 씨를 데려가 “나도 가정이 있는 몸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와 성관계를 맺으라 하셨으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꾀어 성관계를 맺었다. 또 2005년 가을경에는 신도 B 씨를 서울 소재 한 호텔로 데려가 “너는 특별히 선택받은 존재다. 하나님이 너와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분의 실질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하라 지시하셨다”고 속여 반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런 식으로 조 씨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은 지난 2월까지 확인된 인물만도 모두 6명.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조사결과 조 씨가 자유자재로 여신도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세뇌교육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목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신도들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해왔는데, 이들 여성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주입시킨 조 씨의 거짓말에 속아 항거불능 상태에서 관계를 맺어온 것이었다.
평소 믿고 따르던 목사의 말을 절대진리로 맹신한 나머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정신적 항거불능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허락하게 된 것 같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이는 피해자들의 진술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조 씨에게 교리교육을 받았던 신도들로 평소 ‘성직자’로서 조 씨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었다. 조 씨는 이들의 마음을 악용해 “나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나와의 성관계를 거부하면 하나님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나와 잠자리를 해야 네 죄가 사해진다” 등의 말을 주입시켰고, 이에 피해자들은 조 씨의 요구에 감히 반항하거나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를 통해서만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에 멀쩡한 여성들이 속아 넘어간 배경에는 겉으로는 성실한 양의 목자인 양 행세해온 조 씨의 철저한 계략이 있었던 것이다.
조 씨는 자신의 파렴치하고 문란한 성행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피해여성들에게 종교적인 신념을 강조하는 것 외에도 “나와의 성관계는 절대 비밀이다” “이는 타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네가 특별한 존재이기에 가능하다” 등의 말을 강조하면서 비밀을 유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조 씨는 자신의 지시에 반감을 드러내며 따르지 않는 신도에게는 폭력을 행사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은 교리를 내세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 사이비 목사의 실체를 알게 된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