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서거 대비 TF팀 극비가동중?
▲ 2002년 노태우 전 대통령 모습. 그는 그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이 악화됐다. | ||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SK그룹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내에 ‘TF’팀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SK의 TF팀 가동은 노 전 대통령 위독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부에서도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할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전직 대통령 서거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재부상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위독설과 맞물린 ‘노태우 TF팀’의 실체를 들여다 봤다.
노전 대통령의 위독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령(77세)인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위독설이 종종 나돈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공식석상에 보이지 않은 것도 위독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관행상 참석해야 하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안 보인 지는 오래됐다.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 장례식을 비롯해 올해 치러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못함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도 건강을 이유로 불참했다.
노 전 대통령의 투병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그의 병세와 관련한 갖가지 소문이 확대·재생산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위독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건강 악화설을 넘어 위독설로 확전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고령에 건강 상태가 안좋아 몇 차례 입원한 것”이라며 위독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병원 관계자들이나 노 전 대통령을 접한 사람들은 그가 언어소통이 부자연스럽고 거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소뇌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754호 참고). 노 전 대통령 소식에 정통한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도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사실을 거듭 확인해줬다. ‘소뇌위축증’에 걸린 환자는 운동신경 장애로 똑바로 걸을 수 없을뿐더러 심할 경우 시력과 청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올해 들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수시로 병원을 찾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열이 나고 혈압이 불안정한 증세를 보여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그는 12일 만인 9월 28일 퇴원한 바 있고, 10월 16일에는 또 다시 감기 증세가 심해 입원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위독설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찾고 있는 서울대병원 주변에서는 장기 투병으로 인해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데다 최근 합병증이 겹치면서 병세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폐렴 증세가 악화되고 있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란 극단적인 진단이 내려졌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서거 몇 달 전까지 왕성한 대외활동을 전개해 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 증세가 겹치면서 끝내 유명을 달리했듯이 노 전 대통령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의학계 일각의 시각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
이와 관련 최근 기자와 만난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시로 노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 및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TF팀이 비밀리에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TF팀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위독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도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도 “노 전 대통령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속속 접수되고 있다”며 “SK가 은밀히 움직이고 있는 것도 노 전 대통령 위독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노 전 대통령 위독설이 재부상하는 동시에 SK그룹이 TF팀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SK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SK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12월 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할 경우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등에 따라 장례 절차 등이 결정될 것인데 회사 차원에서 따로 준비할 게 뭐가 있겠느냐”며 TF팀의 실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SK의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유죄 확정자라는 점에서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등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보훈처와 법제처는 노 전 대통령의 위독설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초 노 전 대통령 사후 국립묘지 안장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와 전문가 의견 수렴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또는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대상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중형을 선고받고, 수형 사실이 있어 자격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시절 특별사면돼 형집행을 면제받긴 했지만 중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비롯한 장례 절차 등을 놓고 사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인인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거질 수 있는 이러한 잡음과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TF팀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TF팀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자칫 노 전 대통령 위독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후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고 원활한 장례 절차 등을 준비하는 것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도 노 전 대통령의 위독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지난 5월과 8월에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잇따라 서거하면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마저 서거할 경우 잠잠해진 민심을 또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위독설. 그 진위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세인들의 이목은 노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연희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