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티즌’들이 이라크 파병 등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품고 속속 ‘반노’로 결집하고 있어 청와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 위는 지난 2002년 12월 대선 직후 노 대통령 당선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아래는 이라크 파병 반대 시위대. | ||
심지어 친노 성향이었던 인터넷 매체들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그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이 부메랑처럼 대통령과 여당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자업자득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참여정부의 그동안의 국정운영이 ‘우군’이었던 네티즌을 ‘적군’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의 지지했던 네티즌들이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실적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진인사(盡人事, 사람으로 할 일을 다한다)’하면 국민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장 지지도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친노’ 네티즌이 ‘반노’로 돌아선 것과 관련해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핵심은 이라크 파병 문제”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관철 방침이 ‘친노’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고려한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이었다는 진의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현재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친노 네티즌들의 구미에 맞는 ‘이라크 파병철회’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어떤 방식으로 등 돌린 ‘넷심’(네티즌의 마음)을 돌아오도록 할 것인가. 그것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실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통령과 네티즌의 간극이 좁혀지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의 주무대는 인터넷이었다. 또 지난 4·15 총선을 겨냥해 지난 1월 ‘노사모’를 비롯해 친노 그룹인 ‘국민의 힘’ ‘서프라이즈’ 등이 한시적인 선거운동단체인 ‘국민참여0415’를 결성, 열린우리당 후보자 당선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맹활약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1백52석) 의석을 차지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한 이들이 바로 네티즌인 셈이다. 특히 80%에 달하는 네티즌들이 반대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사이버 공간은 분노로 달아올랐다. 심지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1백93명의 명단이 나돌았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선 탄핵찬성 의원들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네티즌은 노 대통령의 최대 ‘우군’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만에 인터넷 분위기는 백팔십도 바뀌었다. 네티즌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 등을 맹공격하면서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친노 네티즌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 네티즌’이 ‘반노 네티즌’으로 돌아서고 있는 얘기다.
대표적인 친노 네티즌 모임인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해 탈퇴하겠다는 글이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한 노사모 회원은 “대통령을 덮어놓고 옹호하는 글이 노사모 전체를 지배하고, 진실한 글은 배척 당하는 황당한 꼴을 보고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탈퇴했다. 심지어 “노사모를 해체하자”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또 다른 친노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의 대표 겸 편집국장이었던 서영석씨가 부인 김효씨의 인사청탁했던 사건이 터지면서 참여정부는 또 한 차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의 강한 비난이 쏟아졌고, ‘서프라이즈’ 내부에선 분열의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최근엔 ‘서프라이즈’의 객원논설위원이었던 ‘먹물의 가면’(필명)이 ‘서프를 떠나며 드리는 글’을 통해 서영석 전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에 따르면, 서 전 대표는 “나는 노빠가 아니다”며 “노무현은 이회창에 비해 인간적 약점이 대단히 많은 사람이나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서씨가 ‘노무현도 개혁을 팔아서 대통령 된 것 아니냐.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게 무슨 잘못이나 죄가 되느냐’고도 했다. 또 (9월 창간예정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대해) ‘(부인의 교수 인사) 청탁건으로 조·중·동이 비판하고 선전 해주니 (나를) 정권 실세로 오인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도와준다’며 ‘창간축하 광고도 넘치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대기시켜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씨가 “개혁을 팔아도 10년은 먹고 산다. 노무현도 개혁을 팔아 대통령이 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논설위원이었던 김동렬씨는 지난 29일 밤 ‘서프를 떠나며’라는 글을 올려 “지난번 서영석 전 대표의 청탁사건 이후 쪽팔림을 무릅쓰고 서영석 대표를 변호하고 서영석 전 대표에 대한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며 “서프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기울였지만 최근 서영석 전 대표의 작태는 저에게 살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김씨처럼 서 전 대표의 최근 발언에 크게 실망해, 탈퇴하는 회원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노 대통령의 ‘우군’ 가운데 하나였던 ‘서프라이즈’도 이처럼 심각한 ‘내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친노 성향을 띠고 있는 인터넷 <오마이뉴스>도 이라크 파병 문제를 계기로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고수방침에 <오마이뉴스>는 반대방침을 분명히 했던 것. 노 대통령의 ‘동지들’이 하나 둘 떨어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애당초 ‘반노’ 성향이었던 네티즌들이 최근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모’와 비교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주로 인터넷에서 활동한다. 지난 3월 말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결성된 ‘박사모’ 회원 수는 8월 말 현재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0만 명을 확보한다는 계획. 그런데 이 모임 회장인 정광용씨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친노’에서 ‘반노’로 바뀐 케이스 중의 하나다.
특히 최근 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도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청와대를 옥죄고 있다. 이원창 전 한나라당 의원은 오는 10월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인터넷 매체인 ‘프런티어’를 개설한다는 방침. 이 전 의원은 “보수 우익세력을 인터넷상에서 결집하고 부당한 진보 좌파세력의 논리와 주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반노 인터넷 매체가 등장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나라당도 인터넷 공간에서의 총반격에 나서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선 ‘넷심’을 잡아야한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이 최근 수립한 2007년 대선 승리 전략인 ‘5107 프로젝트’(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해 집권)를 보면, 충성도가 높은 네티즌 10만 명을 확보한다는 다시 말해 ‘10만 양병설’을 추진하겠다는 것.
또한 대표적인 보수 성향 네티즌의 인터넷 매체인 <독립신문>은 노 대통령의 장인인 권오석씨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권씨는 지난 1950년 북한 인민군이 경남 창원군 진전면을 점령했을 때 당 부위원장으로 인민군에 협력한 의혹을 받고 있다. <독립신문>은 10월쯤 제작이 완료되면 전국 순회 시사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당연히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와대를 더욱 전전긍긍하게 하는 것은 바로 정치 중립적이었던 네티즌들이 ‘반노’성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립 성격’을 띠고 있는 인터넷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 등에서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지난 8월초 노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제공됐는데, 기사와 관련된 댓글(리플) 13개 중 12개가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채워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글을 올린 아이디 ‘jusik80’은 “그나마 (대통령 휴가간) 며칠 좋았는데, 또 지겹게 언론과 핵전쟁이라도 벌리시게?”라며 비꼬았다. 아이디 ‘esse1958’을 사용하는 네티즌도 “전국민의 이름으로 노무현 휴가 무기한 연장합시다”라며 밝혔다.
또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네티즌의 불만도 쏟아졌다. 특히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통상부 등의 홈페이지에는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네티즌 노동환씨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은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까’라는 글을 통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는 나라들에 무엇이 부족해서 이토록 조심스러운가”라며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경유값 인상방침에 대한 네티즌의 항의가 폭주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산업자원부 등의 홈페이지에는 수백건의 항의성 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태.
이 같은 개별 사안이 아닌 노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도 청와대 홈페이지를 연일 도배질되고 있다. 아이디 ‘카푸치노커피’는 29일 “탄핵에서 구해드렸으면 국정을 제대로 하셔야죠”라며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정말 약속하셨던 대로, 경제가 발전했습니까, 국민의 살림살이가 윤택해졌습니까, 자주국방 운운하더니 정작 미군 빠져나가니 펄쩍 뛰는 건 또 뭡니까, 국력이 조금이라도 신장되었습니까”라며 답답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용희씨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요즘 중국 일본이 역사 왜곡과 독도 및 동해 분쟁을 야기 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하는 일 없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난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부산상고 선후배와 동향 인사들을 청와대 및 요직에 발탁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낙하산 인사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면서도 정부산하기관과 출연기관 임직원에 청와대와 여권 출신 인사들이 임명된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인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인사는 역대 정부에 비추어 비교적 호평을 받을 만하다”면서도 “최근 진행된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를 보면 아예 욕먹기를 작정하고 밀어붙이기를 단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노사모’ 출신인 노혜경씨 등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까닭은 뭘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노사모’와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했던 노혜경씨를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친노 세력을 재결집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