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끝까지 가볼까” ... ‘금호타이어’ 노사 날선 대립
<‘바람 빠지는’ 경영정상화의 꿈 ...노사 ‘강 대 강’ 대결>
[일요신문] 5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금호타이어가 경영정상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5월 시작된 올해 임금단체교섭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다 노조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5년 만의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경사’를 맞은 금호타이어이지만 졸업 즉시 부분파업에 돌입한 노조와 임금협상에서 이견차를 보이며 그 의미가 무색해지고 대립만 남았다.
◇“끝까지 가보자”...노사 ‘강 대 강’ 대결
최근에는 양 측이 배수진을 치며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극단적 상황에 대한 우려감마저 커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을 찾았다. 노조를 직접 만나 노사간 해결책을 찾기 위한 행보로 비쳐졌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이후 박 회장과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등 경영진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노조 측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 수준까지 임금을 올린다는 최종안에서 더 높여줄 수는 없고, 파업이 계속 이어지면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게 경영진 생각이다.
지난달 3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박삼구 회장은 “광주에서 노조를 만나 제시한 동종 업계 1위 수준 임금지급안 이상으로는 더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 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서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금호타이어 노조가 파업에 나선 ‘시점’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도 기자회견을 통해 “사측은 국내공장에는 투자하고 않고 미국 조지아주 공장, 중국 남경공장, 베트남 공장 등에 수천억 원을 투자했고 특혜논란을 부르고 있다”며 “회사의 여론호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금호타이어 파업투쟁을 강력히 엄호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파업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5월 단체교섭을 시작해 현재까지 7개월 동안 30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하며 노사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8일과 22일에는 대표이사가 직접 노조집행부 대표를 만나 회사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지난달 23일 열린 30차 본교섭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안을 담은 최종안을 제시했다. 제시안에서 사측은 1인당 평균 2014년 790만원, 2015년 1336만원으로 합계 2126만원(인상률 25.6%)에 이르는 금액을 내놓았고 여기에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를 통해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의 급여 보상을 약속까지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영업이익 등 실적이 열세지만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 것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시점에서 노사가 한마음으로 새출발하자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이 엿보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섭 때마다 고개를 젓던 노조는 결국 파업을 선택했고, 노사의 임단협은 파국을 맞았다.
노조는 아직까지 워크아웃 기간 삭감 부분에 대한 보전 등 임금 인상 부분에서 사측 제시안이 미흡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간 각 생산공장에서 조별 2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했고, 지난 29일과 30일에는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부분파업으로 인해 금호타이어는 약 40억원 규모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업계 1등보다 임금 더 줄 수 없어” vs 노조 “워크아웃 이전 임금 달라”
노사간 최대 쟁점은 임금 인상 폭이다. 노조 측은 “지난 2009년 임금 지급 기준으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노조의 무리한 주장이다”고 맞서고 있다.
“협상 제시안에 인상률로 보면 25.6% 인상에 달한다”며 “동종업계 1위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급여 보상을 약속했는데도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생각이다.
수익이 타사대비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 워크아웃 졸업은 했지만 아직 갚아야 할 채무가 남아있다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는 것.
반면 노조는 회사가 임금억제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호타이어가 영업이익의 지속적 신장 등 경영성과가 호전돼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된 건 연봉 40%를 빼앗기며 근속 7년차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열악해진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5년간 고통과 희생을 당한 결과였다”며 “기본급 10% 삭감, 5% 반납, 상여금 200% 반납, 임금성 복지 축소에 따른 임금삭감액이 지난 5년 동안 3천500억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이 임금체계 변경안을 기존 정률 인상에서 정액 인상으로의 변경을 통해 장기적으로 임금상승의 폭을 둔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서는 임금체계를 변경해 15% 인상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이 경우 호봉 간의 간격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회사 측 요구대로 하면 처음에는 마치 임금이 상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임금이 하락하게 된다고 노조는 반박했다.
◇지역사회 우려의 목소리
양측이 임금인상 문제로 이렇게 맞서자 지역 사회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종료라는 재도약의 기회를 저버리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파업 장기화와 악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당장 회사가 ‘홀로서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노조의 파업은 회사의 신뢰도는 물론 신뢰 추락은 물론 5년간의 기업 구조조정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는 악영향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이 지속되면 타이어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돼 국내 판매망과 해외 수출선이 끊길 수 있다. 대외신인도 추락에 따라 회사 정상화는 그만큼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중 광주에 유일하게 본사를 둔 금호타이어의 생산력 저하는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1년 노조 파업과 이에 대한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지난 2012년에는 임·단협 협상이 잇따라 결렬되면서 생산라인 중단으로 수십억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처럼 노사간 대립에 따른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지역 경제계와 정치권, 시민들은 노사 화합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노사가 모두 힘을 합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파업사태가 일어나 안타깝다”며 “노사가 양보와 타협으로 하루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어떤 회사
금호타이어의 전신은 1960년 9월 세워진 ‘삼양타이야공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은 광주여객을 세웠다. 광주여객이 양질의 타이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직접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삼양타이야를 설립했던 것이다.
설립 당시 타이어 생산량은 하루 20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 현재 금호타이어는 해외 8개 판매법인과 18개 지사·사무소를 운영하며, 18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시장 점유률 2위인 금호타이어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북미 시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 다임러 벤츠, BMW, 크라이슬러 등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도 눈을 돌려 2006년 중국 천진공장에 이어 2007년에는 중국 장춘공장을 준공했다. 2009년 12월 워크아웃 상황 속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시행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와신상담 끝에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