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부동산 규제 완화 이용해 값싼 화재취약자재로 건물 짓고 관리까지 소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가 규제 완화와 관리 부실 등 인재((人災) 종합세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은 화재 사고가 난 의정부 아파트 주차장 현장
[일요신문] 4명이 사망하고 124명이 다친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가 부동산 등 경제활성화를 앞세운 어설픈 규제 완화로 인한 인재(人災)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이명박(MB)정권 때 규제를 완화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경찰은 11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로 사망 4명 등 128명의 인명피해와 90억원의 재산피해, 22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의정부경찰서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합동수사본부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와 관련해 현장 CCTV를 분석해 이번 화재가 아파트 1층 주차장에 있던 4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것을 확인하고, 이날 병원에 입원 중인 오토바이 주인 김모(53)씨에 대한 1차 조사와 오토바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합동수사본부는 12일 소방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같은 방화시설 미설치와 방화구획 문제, 건물간의 좁은 거리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소방도로 상황, 가연성 건축자재 등이 화재진압을 어렵게 해 사고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한편, 11일 오후 사고가 난 의정부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S’아파트에서도 불이나 소방당국에 신고가 되었지만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자체 소등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많은 시민들은 이번 화재사고에 대한 원인도 중요하지만 사고로 전소된 대동그린아파트가 화재에 무방비상태였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10일 대형 참사가 발생한 대동그린아파트는 ‘S’아파트와 똑같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결합형 건물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하나로 공급이 추진된 것으로 사고가 난 의정부 아파트 세곳 모두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이었다.
당시 상업지역에 건물 간격이나 주차 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용 건물을 짓는 등 아파트에 비해 각종 안전 및 편의 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줄었다. 실제로 건물 간격이 최소 50cm만 넘으면 되는 규제완화로 사고 아파트의 간격이 1.5m 정도였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정부는 2013년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주차장 기준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이점을 들어 이전에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안전 점검과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염자재 사용과 스프링클러 설치, 피난계단과 방화구획 등 전반적인 안전시설 규정 강화와 소방 관리 감독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난 아파트는 소방 검사나 점검을 준공 후 2년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수가 아닌 표본 검사로 정기 소방검사를 대신하고 있는 현행 법규 때문으로 안전 사각지대를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고 주민들은 가정마다 의무적으로 비치돼야 하는 소화기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는 등 화재사고에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 사고 등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된 현실은 계속 진행 중이다. 전면적인 안전 실태조사와 규제 강화 등 안전 대책 공감대가 절실한 이유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