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돌봐줄까’…끔찍한 유전질환
콜롬비아 야루말 주민들은 대부분 유전적 결함으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자살률·약물 소비량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들이 다 독립을 못해서가 아니다. 세 남매가 모두 같은 병, 즉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였던 첫째 딸인 마리아(61)는 48세가 되면서 환자들의 약을 깜박하기 시작하자 일을 그만뒀다. 장남인 다리오(55)는 양말과 기저귀를 가위로 자르면서 횡설수설하고 있으며, 차남인 오데리스(50)는 물건을 살 때면 한 번에 하나씩만 기억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
콰르타스 할머니는 “자식들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정말이지 너무 괴롭다. 알츠하이머는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병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야루말의 주민들 대다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기억 손실의 초기 단계부터 치매 단계까지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곳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다른 지역의 환자들과 다른 점은 바로 발병하는 나이에 있다. 이 지역의 환자들은 대개 젊은 나이에 병이 시작되며, 심지어 40세가 되기도 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으로 시작했다가 서서히 방향감각을 상실하거나 망상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경우 대개 40대 중반이 되면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유전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근친상간으로 인해 발생한 유전자 결함이 지난 3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면서 결국 대를 이어 발병하게 됐다는 것이다. 14번 염색체의 유전자 결함으로 나타난 ‘파이사 돌연변이’가 바로 그것이며, 현재 ‘파이사 돌연변이’를 지닌 후손들은 5000명 이상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러니 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30세가 되면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다. 특히 작은 일이라도 깜박한 경우에는 즉시 알츠하이머가 시작됐다며 공포에 떤다. 10대들조차도 훗날 누가 자신을 돌봐줄까 걱정하고 있으며, 자식을 낳을지 말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간호사인 루치아 마드리갈은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자살을 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병이 시작되고 나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과 우울증에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문에 자살률과 약물 소비량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