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범죄’ 더 공포
“극심한 좌절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청년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범죄였습니다. 피의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탓에 범행의 동기나 목적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고 본인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죠. 27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마치 정신이상자에 의한 엉뚱한 범죄로 보이지만 우발 범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범행계획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범행 전부터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음을 짐작케 하죠. 무엇이 이 청년으로 하여금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만든 것일까요. 청년에 대한 주변인들의 좀 더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아쉬웠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김 연구관의 사건파일 중 국내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중 최초로 폭발물을 이용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 김 연구관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 유형을 분석해보면 이와 유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단순 사이코 패스 범행과는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김 연구관은 “최근 발생한 고시원 참사처럼 사회 불만자가 자신의 이익이나 원한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마구 해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는 이제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됐으며, 그 누구도 이러한 범죄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수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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