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도움장치 있었다면...
“가정내 폭력과 성폭력이 불러온 참극이었습니다. 20여 년 동안 남편의 행패에 시달려왔던 한 여인이 택한 방법은 결국 살인이었습니다. 자신의 친딸까지 성노리개로 삼는 남편의 행동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 윤 씨의 항변이었어요. 딸의 고통을 지켜볼 수가 없었던 거죠. 당시 윤 씨는 남편을 살해하는 방법만이 온 가족이 고통에서 헤어나는 최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만 윤 씨의 기막힌 사연에는 더없이 안타깝고 착잡했습니다.”
김원배 수사연구관은 이 사건을 얘기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가정폭력에 대해서 언급했다.
“당시만 해도 집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가정에서 부부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풍조가 강했습니다. 윤 씨 스스로는 ‘이런 문제는 법에 호소할 수도 없으며 법이 해결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심각한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려왔던 윤 씨가 상담을 받고 실질적인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 있었더라면 이 같은 참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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