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구매는 트렌드” 등잔 밑서 버젓이…
배우 김성민 사례처럼 온라인을 통한 마약 유통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수사 브리핑에서 경기도 성남수정경찰서 백남수 형사과장은 “김성민 씨는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서 온라인 광고를 보고 필로폰을 구매했다”며 “캄보디아에 있던 총책 이 아무개 씨에게 현금으로 돈을 지급한 뒤 택배로 필로폰을 대리 수령했다”고 밝혔다.
김성민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체포됐다. 필로폰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다. 경찰은 0.8g 정도의 필로폰을 구입했는데 이는 16회가량 투약 가능한 양이라고 밝혔다. 김성민도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분명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끊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가 유명 연예인이기에, 지난 번 사건으로 인해 큰 위기에 내몰렸지만 힘겹게 연예계로 돌아온 만큼 이를 계기로 끊었을 것이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는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것도 조금만 더 지나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상황이라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삼성동 소재의 한 바 여사장의 얘기다.
“마약은 참 끊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필로폰이 그렇다. 데리고 일하던 아가씨들 중에도 거기 빠져 허덕이던 애들이 많다. 그런데 필로폰은 참 힘들더라. 클럽 같은 데 놀러 다니며 재미 삼아 엑스터시나 대마초,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신종 마약에 손을 댔던 애들은 그래도 금방 끊는데 필로폰을 해본 애들은 그걸 못 끊더라. 그래도 확실한 계기가 있으면 끊는데 김성민 씨는 연예인인 데도 그게 힘들었나 보다. 한 번 걸렸을 때 열심히 치료를 받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연예인이라 그것도 힘들었을 것 같아 더 안타깝다.”
김성민은 왜 온라인 광고를 보고 필로폰을 구입한 것일까.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마음만 먹었다면 다른 루트를 통해서라도 충분히 필로폰을 구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역삼동 소재의 룸살롱 사장의 설명이다.
“김성민 씨의 평소 인맥까진 잘 모르지만 그 정도 위치의 연예인이면 사실 지인들 몇몇을 통하면 마약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마약이 연예계 가까이에 있다. 이쪽(유흥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인보다 훨씬 쉽게 마약에 다가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늘 노출돼 있고, 그래서 연예인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또 수사기관에 걸리는 것을 우려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을 선택한 모양인데, 사실은 대체적으로 그쪽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까진 잘 몰랐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하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게 아닐까 싶다.”
김성민의 체포는 경찰이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A 씨 등 5명을 검거, 구속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A 씨 등 마약 판매책은 필로폰 판매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인터넷에 게시해 구매자를 모집했다. 해외 여행객을 가장해 소지품에 필로폰을 은닉하거나 국제특송화물을 통해 필로폰을 밀반입하는 수법으로 필로폰 150g을 국내에서 유통했다. 김성민은 이 가운데 필로폰 0.8g을 매수한 혐의로 체포됐는데 경찰은 김성민 외에도 투약자 10명을 검거해 그 중 상습투약자 2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 씨 등 마약 판매책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상습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성민의 매수 혐의를 포착했다.
이처럼 김성민이 온라인 광고를 보고 마약을 구매한 것이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닌, 요즘 추세라는 얘기를 들려준 유흥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요즘 보면 분명 마약 거래는 줄어든 것 같은데 그거 하는 애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이제 마약도 오프라인에서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줄어든 것 같아 보이는 거다. 영화 같은 거 보면 늦은 밤 외지고 어두컴컴한 데서 마약을 거래하곤 하는데 요즘엔 그런 거 없다. 아는 동생 얘기 들어보면 마약 판매도 첨단화돼 직접 대면하는 일 없이 온라인 같은 걸로, 아니 이제 모바일로도 마약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58명에서 2013년 459명, 2014년엔 7월 말까지만 해도 335명이었다. 경찰은 마약 거래가 지능화되면서 온라인 오픈마켓 등 인터넷을 통한 마약 밀수·밀매도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능화된 마약 거래에 얽힌 첫 번째 연예인이라는 불명예가 김성민의 몫이 되고 말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