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오’ 가고 ‘여림’ 오고 성균관 유생들 바통터치
김우빈, 이종석.
그룹 JYJ의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김재중과 배우 최진혁이 출발선을 끊는다. 김재중과 최진혁은 각각 1986년 1월과 2월생이다. 소위 말하는 ‘빠른’ 생일을 가진 이들이다. 1985년생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지금까지 군 입대를 미뤄 온 것이 더 신기할 정도다. 두 사람이 3월 31일 나란히 현역으로 입대한 후에도 대기표를 받고 입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을 비롯해 JYJ의 또 다른 멤버 박유천과 배우 유아인도 모두 1986년생이다. 김현중은 김재중, 최진혁과 같은 날 입대하라는 영장을 받았지만 소속사는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연인 폭행 사건에 이어, 재회한 연인이 임신을 했고 결혼설까지 제기되며 사면초가에 놓인 김현중이 언론과 여론의 눈을 피해 조용히 입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유천은 SBS 새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 방송이 끝나는 6월 직후 입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아인 역시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닥터 프랑켄슈타인>을 검토했으나 이 작품의 편성이 연기되면서 이르면 상반기 중 입대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작을 고르기는 물리적으로 여의치 않지만 지난해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사도>와 <베테랑>이 있기 때문에 제작사와 홍보사는 유아인이 입대하기 전 홍보에 활용할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에서 온 그대> 출연 이후 최고의 한류 스타로 급부상한 배우 김수현 역시 연내 입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1988년생이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해 학업으로 입대를 연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집필하는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를 마친 후 병역 의무를 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입대 러시가 끝나면 1987년생들의 차례다. 이민호를 필두로 장근석, 주원, 정일우, 지창욱, 서인국 등이 1987년생이다.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며 한류를 짊어지고 있는 배우들이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민호, 장근석, 정일우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학원생은 학업을 이유로 입대를 더 미룰 수 있다”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1987년생 배우들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별 무리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입대를 앞둔 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스타들은 2년의 공백기 동안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큰 성공작을 낸 후 입대하길 원한다. 때문에 작품 선택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작품이 실패한 후 입대해 공백기를 갖는다면 제대 후 곧바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은 낮아진다. 이런 고민 때문에 작품 선택을 주저하다가 시간이 흘러 조용히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입대 전 이들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홍보에 도움을 주고, 배우 기근 현상을 겪기 전 스타들을 내세워 실적을 쌓아놓자는 의도다.
이 관계자는 “<시크릿 가든>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안고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의 사례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현빈은 입대 직전 거의 1년 치에 가까운 CF까지 모두 촬영했기 때문에 그의 공백기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이런 상황 속에 상대적으로 몸값이 치솟는 이들도 있다.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1989년 동갑내기 김우빈과 이종석은 1986~1987년생 연예인 공백기를 메울 대안으로 손색이 없고, 영화 <스물>에 나란히 출연한 1990년생 강하늘과 2PM의 이준호 역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찌감치 국방의 의무를 마친 이들도 있다. 배우 유연석과 박서준은 ‘군필’ 배우다. 일찍 연예 활동을 시작했지만 미처 각광받지 못하던 시기에 군복무를 마쳤고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연석과 박서준은 각각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쉴 새 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군대를 두고 오고가는 스타들이 있지만 일단 한류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한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김재중, 박유천 외에 1986년생인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슈퍼주니어의 동해 등 아이돌 가수들이 줄줄이 입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그룹 단위로 활동했던 만큼 한 명이라도 군복무를 시작하면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민호, 김수현, 장근석 등이 장악한 한류 시장 점유율은 타 배우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이들의 공백이 한류가 식는 변곡점이 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해외 판권의 경우 ‘누가 출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1~2년 사이 내로라하는 한류 스타들이 대거 군입대하면 제작사들도 작품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스타의 군복무로 인해 연예계의 흐름이 바뀌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