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
연합뉴스
이에 대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강정호와 룸메이트였던 선배 추신수는 “시범경기의 성적을 놓고 시즌 전체를 예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호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데에는 단순한 기대와 성적을 예상해서만은 아니다. ‘스몰마켓’으로 유명한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메이저리그에 데려온 데에는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스카우트들이 한두 해 보고 정호를 데려간 게 아니다. 그러니 좀 더 여유 있는 시각으로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신수는 강정호가 유망주의 신분으로, 또는 마이너리그 신분으로 피츠버그에 입단한 게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물론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클린트 허들 감독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고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는 일은 절대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도 때로는 20타수 무안타나 30타수 1안타를 칠 때가 있다. 나도 지난해에는 2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지금은 시범경기일 뿐이다. 정규시즌과 전혀 관계없는,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 시범경기이다. 이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마이너리그 가능성을 ‘제로’라고 밝혔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장 기회를 많이 줄수록 강정호의 타격 결과가 더 좋아질 것이다. 출장 시간이 제한돼 있는 선수에게 완벽한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강정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생각을 밝힌 적이 있었다.
“도전하는 입장이라 오히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곳에 오지 않고 한국에 남았더라면, 그 상황에서 또 최선을 다했겠지만, ‘도전’이란 의미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도 뒤돌아보지 않을 자신이 있다. 설령 게임에 나가지 못하고 벤치 신세만 진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난 아직 젊고, 충분히 기회는 주어질 것이고, 내가 스스로 헤쳐 나갈 자신이 있다. 외부에선 한 경기 한 경기의 성적에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결코 시범경기의 성적이 아니다. 여기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이다. 나로선 내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지금은 나를 앞세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상황이 그리 여유가 있진 않지만, 나보다 구단이나 감독님이 오히려 더 여유가 많으시더라. 나를 향한 시선에서는. 날 믿고 기다려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더 촘촘한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