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제대로 안걷고 뚜껑 닫아”
일요신문 DB
강 교수는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로 알려졌는데, 6공 실세의 비자금 차명 계좌, 미모의 여교수가 얽힌 사건에 세간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항간에서만 떠돌던 박 전 장관의 막대한 비자금이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70년대 초부터 법조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모은 돈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그리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대가 없이 받은 협찬금 등이다. 이 돈을 모아 선친의 뜻에 따라 재단을 만들 생각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박 전 장관의 해명에도 비자금 의혹은 눈덩이 불듯 늘어났다. 박 전 장관의 최측근 폭로가 터지면서부터다. 박 전 장관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이자 보좌관 출신인 김 아무개 씨는 당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무려 2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자금 출처는 대부분 재벌그룹이다. 비자금 관리인은 최소 10여 명에 달하고 차명계좌는 무려 100여 개에 이른다”라고 폭로했다. 박 전 장관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비망록’이 최초로 공개된 시점도 이즈음이다. 당시 비망록에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차명계좌 명의자, 계좌번호, 액수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파만파 퍼지던 비자금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못하고 잠잠해졌다. 강 교수의 횡령 혐의가 인정되고 비자금과 관련한 수사가 명확히 착수되지 못해서다. 강 교수는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게다가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강 씨 측은 박 전 장관에게 64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사실상 박 전 장관의 완벽한 승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을 폭로했던 측은 당시 수사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을 표하고 있다. 특히 박 전 장관의 차명 계좌 관리가 드러난 상황에서 ‘세금’이라도 제대로 걷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당국에서 소홀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일요신문>에 최초로 박 전 장관과 강 교수의 소송 건을 제보한 박 전 장관의 처남 현 아무개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수사에 의문점이 많다. 특히 드러난 차명 계좌 금액이 172억 원에 달하는데 정작 검찰이 국세청에 통보한 금액은 79억 원뿐이었다. 국세청도 이마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79억 원에 대한 세금만 추징했다. 수사 축소가 아닌지 의문이 많다”라고 전했다.
이번 고발에서 김 씨가 적용한 혐의 역시 조세범 처벌법 및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조세범 처벌법은 당시 수사 축소 의혹에 대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은 차명계좌 의혹에 해당된다. 2008년 흐지부지 마무리된 박 전 장관 비자금 의혹 실체가 이번엔 제대로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