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아, 언론이 마음에 안들지?’
태진아는 도박설 기자회견을 통해 <시사저널USA>의 비상식적인 보도 행태를 고발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태진아는 도박설이 불거지자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자리에서 태진아는 <시사저널USA> 대표가 지인을 통해 그를 압박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라고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카지노가 합법인 미국에서 태진아가 게임을 즐긴 것은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모. 외화 1만 달러 이상 가지고 나가면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외국환 거래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진아는 당시 방문했던 카지노의 지배인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게임의 규모가 1만 달러 미만이었음을 증명했다. 이 지배인은 태진아가 가족들과 함께 카지노에 왔으나 아들인 가수 이루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며 일각의 의혹을 일축했다. 이로써 태진아는 공인으로 카지노에 들러 논란을 만든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 책임은 완벽히 면하게 됐다.
하지만 태진아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의 반응까지 뒤바꿨다. 언론의 폭력 앞에 그가 피해를 입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시사저널USA>의 비상식적인 행태다. 이곳은 한국의 <시사저널>과 무관함에도 지인과 전화통화 중 마치 한국 <시사저널>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며 정론임을 주장했고, 태진아에게 돈을 받아 낼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후 <시사저널USA> 측은 “결국 미리 의도되고 조작된 사람들을 동원해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우롱하고 취재진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중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있다.
태진아 역시 기자회견 중 울분을 토하며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성토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곡해하고, 아들 이루가 마치 도박을 한 것처럼 몰고 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신과 일면식이 없는 패널들이 나와 근거 없는 이야기로 자신을 억대 도박을 벌인 것으로 몰고 갔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태진아의 기자회견은 일단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객관적 증거를 들어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고, <시사저널USA>의 비윤리적 보도 행태의 민낯을 보여줬다.
태진아는 2010년에도 이루에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비슷한 방식으로 사태를 타개한 적이 있다. 당시 이루와 교제했다는 작사가 최 아무개 씨는 ‘이루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강제로 낙태했다’는 등의 주장을 자신의 미니홈피 등에 올리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결국 이루는 기자회견을 통해 최 씨가 보낸 사과문을 공식 발표하며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또한 재판부는 태진아와 이루 부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금전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태진아는 당시에도 누명은 벗었으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로 크게 상처를 입었다”며 “이번에도 일방적인 언론보도로 인해 심신이 많이 지쳤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양상을 일거에 뒤집었고, 여론 역시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태진아를 두둔하는 의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태진아 사건을 바라보며 일부 연예 언론의 균형감 잃은 보도 행태를 좋지 않게 보던 대중은 이태임과 예원이 MBC 예능프로그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녹화 도중 벌인 설전을 둘러싼 보도를 보며 또 한 차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출연한 예원(왼쪽)과 <디스패치>의 이태임-예원 사건 보도 관련 사과문.
이번에는 갖가지 특종을 터뜨리던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패착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디스패치는 제주도를 찾아가 해녀 등 현지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게재했다. 예원은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두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3월말 확인되지 않은 루트로 두 사람의 대화가 담긴 영상이 유출됐고, 이 영상 속에서 예원이 이태임에게 반말을 하고, 혼잣말로 욕설을 하는 모습까지 공개되며 성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뉴스는 팩트’임을 주장하며 증거를 통한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것을 기치로 내걸었던 <디스패치>로서는 뼈아픈 순간이었다. 그동안 <디스패치>는 타 연예 매체의 ‘카더라 통신’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진 등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색다른 보도를 해왔다. 덕분에 신생 매체 임에도 빠른 시일 안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디스패치가 취재하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런 믿음이 있었던 터라 이태임-예원 관련 보도는 더욱 아쉬움을 샀고 결국 30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항상 의심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취재는 과연 의심했는지 반성해본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태진아는 여전히 도박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고, 이태임-예원은 분명 잘못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향한 시선보다 연예 언론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더 따갑다. 정확한 전후 사정을 취재하지 않고 의혹만 제기하는 보도로 2차 피해까지 유발시키는 등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인터넷의 발달로 연예 매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기존 언론 매체들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연예 매체를 만들거나, 어뷰징(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동일한 기사를 반복해 전송하는 것)이나 베끼기 기사들을 양산하며 페이지뷰를 올리는 데 여념이 없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려니 취재 과정은 결여되고, 더 자극적인 의혹 제기에만 신경 쓰는 모양새다.
한 연예 매체 관계자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가 일반화됐다. 하나의 이슈가 발생하면 더 빨리 기사를 써서 대중에 노출시키는 것이 경쟁력처럼 여겨지면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두 사건을 계기로 연예 언론이 자성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