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대로면 조달청 입찰 다 불공정”
서울조달청은 원래 우선협상대상자이던 케이토토 컨소시엄과 최근 스포츠토토 차기 사업자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토토는 해피스포츠 컨소시엄과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스포츠토토 본사. 일요신문DB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25민사부 판결에 스포츠토토 업계, 조달청,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온 신경이 집중됐다. 차기 스포츠토토 사업자의 명암을 가리는 판결이기 때문. 결과는 케이토토의 승리였다. 법원은 “1심에서 내린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해피스포츠 측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앞선 지난해 7월, 1심은 해피스포츠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원은 “케이토토 컨소시엄과 계약체결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입찰에 관하여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애초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지방조달청의 입찰 심사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케이토토였기에 이를 뒤집는 법원의 판결은 파장이 컸다. 당사자인 케이토토뿐만 아니라 조달청과 공단 내부에서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애초 법정 공방의 시작은 ‘수수료’였다. 해피스포츠는 케이토토가 제안서 발표 당시에는 ‘위탁 수수료율’를 1.9%로 제시했다가 실제 입찰에서는 이보다 낮은 1.6%로 제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스포츠토토 사업자는 결정된 요율만큼 매년 매출액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앞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입찰을 공고하면서 수수료율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2.073%로 낮췄다. 케이토토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면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실제로 케이토토는 기술부문에서는 6개의 컨소시엄 중 3위를 차지했지만 가격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해피스포츠는 기술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했지만 가격 부문에서 2위에 머물렀다. 두 부문의 점수를 취합해 케이토토가 간발의 차로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해피스포츠는 이를 두고 케이토토가 ‘허위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수료율을 적용해 기술제안서의 금액(자금조달액)은 ‘3676억 원’으로 적었지만 가격제안서의 금액(위탁운영비)은 ‘3025억 원’으로 적어 무려 651억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해피스포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케이토토 제안서) 하자의 정도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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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선 조달청이 발칵 뒤집혔다. 무엇보다 법원 판결로 그동안 진행된 공공 입찰의 대부분이 문제가 될 소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제안서의 쓰는 가격은 말 그대로 ‘제안’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가격제안과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를 갖고 1심에서 패할 줄은 몰랐다. 케이토토뿐만 아니라 다른 컨소시엄들도 모두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의 수수료율을 차이 나게 적었다. 법원이 공공 입찰의 개념을 명확히 잡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공공 입찰은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를 따로 제출한다. 업체들은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가격제안서 제출에서는 기술제안서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티 때 발표한 제안서의 가격은 이미 다른 경쟁 업체들이 다 안다고 봐야 한다. 최종 가격 제안에서 가격을 낮춰 쓰는 건 통상적인 전략이다. 이번 사안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공공 입찰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라고 전했다. 케이토토 측 관계자는 “우리가 가격제안 때 수수료율을 좀 파격적으로 쓰긴 했다. 일각에서는 이것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고 운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미 내부에서 계산을 다 마친 상태다. 전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안이다”라고 주장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2심은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의 금액 차이에 대해 “입찰절차에 관한 국가계약법 관련 규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수수료율의 차이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조달청 관계자는 “2심에서 진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판결이다”라고 전했다.
2심 판결 후 서울지방조달청은 케이토토와 스포츠토토 차기 사업자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토토는 오는 7월 1일부터 기존의 오리온으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아 스포츠토토 발행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애초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토토가 사업권을 최종 확정,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지만 그간 소송전으로 차기 사업자가 미뤄진 탓에 공단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기존 오리온의 수수료율이 차기 사업자보다 높기에 나타난 결과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제라도 잘 해결 되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애초 공개 입찰이 소송전으로 비화된 배경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공단은 제안요청서에 “제안업체는 사업기간 중 연도별 자금소요계획 및 자금조달방안을 제시하되, 제안서의 사업운영원가 산정내용과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기재했다. 여기에 기재된 ‘일관성’의 해석은 서로 엇갈려 소송 내내 쟁점이 됐다. 1심에서는 일관성을 ‘가격 산출내용의 일관성’으로 해석해 해피스포츠 측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에서는 “일관성 조항이 의미가 명확하지 않기에 이번 (케이토토) 행위가 일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달청에서는 공개 입찰에 공단이 ‘일관성’ 조항을 넣은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민적 관심이 많은 큰 사업이다 보니 일관성 조항을 넣은 것 같은데 해석이 헷갈린 측면이 있다. 공개 입찰에 일관성 조항을 넣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공단 관계자 역시 “일관성 조항이 쟁점이 된 것 같은데 향후 이 부분이 헷갈리지 않도록 개선을 할 의사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해피스포츠 측은 지난 6일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며 또 다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직 차기 사업자 선정이 뒤집힐 불씨는 남아있는 셈. 해피스포츠 관계자는 “2심 판결을 검토해 보니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되는 가운데 조달청과 업계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2심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케이토토 측과 계약을 완료했기 때문에 변동 상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검찰, 제안요청서 사전 유출 의혹 브로커 압수수색 검은 정보 어디로 흘러들어갔나 이번 스포츠토토 차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제안서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돼 한바탕 논란이 인 바 있다. 앞서 이러한 의혹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스포츠토토 제안 요청서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한선교 의원에 따르면 최 씨는 조달청에 있는 제안서 문서를 측근을 통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게 한 뒤, 넘겨받은 사진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가서 문서로 대량 출력했다고 한다. 한선교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이 사안을 제보를 받아 폭로를 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시점도 주목된다. 스포츠토토 사업자와 관련한 2심 판결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확실한 물증을 잡고 있던 검찰이 법원 판결 이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내막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이미 내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다. 관계자들을 언제 압수수색할지 시기만 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 등 4명은 ‘입찰 브로커’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도 입찰 브로커로 알려졌기에 이들이 어느 업체에 제안서를 사전에 전달한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입찰 브로커가 아니라 해피스포츠 측 관련자라는 얘기도 떠돈다. 앞서의 관계자는 “최 씨는 해피스포츠 측 관련자가 맞다. 이미 국회에서 폭로될 당시에도 그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피스포츠 측 관계자는 “그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됐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라고 부인했다. 제안서 유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공단과 조달청 측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공단에서 문서 유출이 됐다고 하는데 아직 사실 무근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