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예인이라 총도 잘 쏴야 하는데…”
▲ 지난 7일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정상적’으로 입대한 지성. | ||
그럼에도 그의 군입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만큼 남자 연예인의 ‘정상적인 군입대’가 드물기 때문이다.
군입대를 앞둔 지성과 두 차례에 걸쳐 술자리를 함께 했다. 한 번은 강남의 한 포장마차에서 지성의 연기생활을 도운 매니저와 그에게 연기를 가르쳐준 연기학원 스타게이트의 김재엽 원장과 함께였고, 또 한 번은 지성의 가족들이 마련한 가족 송별회 자리에 초대됐다.
기사로는 다 쓸 수 없는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박솔미와의 커플링 반지에 대한 사연부터 데뷔 시절 힘들었던 일, 언론을 상대하면서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낯선 곳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지만 의외로 지성은 군입대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성이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후 재신검을 받아 현역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정말 그랬을까’라는 의심부터 ‘공익근무요원을 왜 무시하냐’는 등의 비난들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추억이야기 중에서 ‘뺑소니 운전자를 잡은 무용담’을 들으면 그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청담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지성과 스타게이트의 원장인 김재엽씨가 술을 먹고 있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갔을 때 도로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교통사고였다. 신호위반을 한 승용차가 오토바이와 교차로에서 충돌한 것이다. 사고를 낸 승용차가 잠시 멈춰 서더니 다시 굉음을 내며 갤러리아백화점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이런 뺑소니잖아!”라며 소리친 지성이 달아나는 승용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그의 뒤를 쫓았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던 지성의 지인들은 “지성아. 넌 연예인이야. 다치면 안 돼. 그만 쫓아가!”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지성은 “저런 뺑소니는 반드시 잡아야 해요”라며 더욱 속력을 냈다.
뺑소니 승용차는 골목으로 달아나다 전봇대에 부딪힌 후 멈췄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람은 도망을 갔고 지성은 운전자의 멱살을 잡았다. “아저씨, 내려요! 사고를 내고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라며 운전자를 운전석 밖으로 끌어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드디어 지성이 일을 내는구나”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운전자는 그다지 인상이 좋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지성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사고를 목격하고 함께 달려온 택시기사가 없었다면 분명 일이 터졌을 것이다. 지성 일행과 택시기사는 사고 운전자를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인계를 하고 다시 술자리로 돌아왔다.
▲ <혈의 누> 기자간담회에서.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의감에 자신의 몸을 내던질 줄도 알지만 팬들에게만큼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는 연예인이 바로 지성이다. 2004년 7월 지성의 일본 도쿄 팬미팅을 동행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극성맞은 일부 일본 여성팬들로부터 신체의 일부(?)를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에서의 첫 행사이다보니 지성이나 매니저 모두 긴장을 했다. 팬미팅에서의 매너에 대한 주문이 쏟아졌고 그 중에 하나가 ‘좀 더 가까이 가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먼저 일본에 진출한 한류스타들과 일본 팬들이 만나는 자리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서 참석한 모든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마지막에 팬들 사이를 뚫고 빠져나오는 콘티를 짰다.
팬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어린아이들을 안아주거나 장애인들에게는 특별히 포옹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퇴장이 문제였다. 지성의 동선을 알아챈 팬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한동안 지성은 팬들에게 휩싸여 빠져나오질 못했다. 얼굴이 상기된 채 대기실로 돌아온 지성이 씩씩거리며 필자에게 말했다.
“형! 이건 기사 쓰면 안 돼. 어떤 아줌마가 내 가슴을 주무르고, 내 아래까지. 흑흑”
이런 노력 덕분인지 다음날 일본의 각 신문에는 ‘팬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 지성’이라는 제목으로 거만한 다른 한류스타와는 다르다는 논조의 기사가 게재됐다. 일본팬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입대 전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두려움의 말이 떠오른다. “형, 난 연예인이라서 총도 잘 쏴야하고 구보에서 열외도 하면 안 되는데 잘 할 수 있겠지?”였다. 연예인이라서 군대생활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성의 평범해서 평범해 보이지 않는 군입대 과정만 보더라고 그는 군대생활도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믿음직스럽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 Mr.Vertig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