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황태자 촬영장선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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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기(왼쪽), 손창민 | ||
안하무인의 대표격인 영화배우 A. 그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가히 그의 파워는 대단하다.
지난해에 개봉해서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모 코믹영화를 찍을 당시, 그 영화를 직접 제작하겠다고 나선 A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던 모 감독을 프로듀서로 밀어내고 대신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감독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유는? 자신의 말을 잘 듣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원래 감독을 하려고 했던 시나리오 집필자는 촬영기간 내내 속을 끓여야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했던 다른 배우들은, 원래 감독의 의도대로 작품이 진행됐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고 괜찮은 영화가 돼 흥행도 대박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A가 노골적으로 감독의 영역을 침범했다면, B는 교묘히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을 진행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장안의 화제를 끌었던 한 인기드라마에 오랜만에 복귀한 영화배우 B는 우선 촬영장에 나타나면 모든 스태프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넨다. 꽤 젠틀한 행동인데, 그의 실체를 알고 난 스태프들은 어떻게 하면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고 악수할 고통에서 해방될까 할 정도로 그와 같이 있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의 성씨 앞 글자를 따 ‘B PD’라고 불렸던 그는 작가와의 마찰로도 유명해서 모든 걸 자기 식대로 하려는 그의 집요함에 모두가 두 팔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모든 걸 힘으로 제압하려는 스타일의 C와 같은 배우도 있다. 독특한 세계관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C는 촬영현장에서 ‘형님’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신인이라 C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보니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그는 마음에 안 들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인데다 심지어는 여배우도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대놓고 뭐라고 하는 스타일이라 그와 작업하는 여배우들은 웬만한 배짱이 아니거나 관록이 없으면 안 된다고. 10여 년 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주말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상대 여배우와 CF를 찍다가 갑자기 그 여배우를 때린 사건은 아주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배우 D는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모 감독과 주먹다툼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품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다수 출연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극의 전개와 결말을 설득력 있는 구조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것. 그러나 감독은 몇 년 동안 준비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자 기분이 상해 배우를 무시하는 언사를 내뱉었고, 어떻게든 좋게 일을 마무리 지으려던 D는 계속해서 자존심을 긁는 감독의 대사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던 것. 상당기간 그 사건은 충무로에 퍼져나갔고, 영화는 결국 흥행에 참패했다. 그런데 D군의 지적대로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극의 전개와 결말에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는 흔히 ‘협업의 예술’이라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작품을 위해서 서로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가 국민배우 안성기인데, 그는 감독이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항상 공손하고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항상 모든 스태프들과 감독 그리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탤런트 손창민 역시 감독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SBS <불량주부>를 찍을 당시 그는 ‘국장님’이라 불리며 후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작품을 보다 재밌게 끌어가기 위해 애썼다. ‘국장님’이라 불린 이유는 그가 PD나 다른 스태프들보다 연장자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데뷔해서 ‘드라마 국장님’처럼 방송국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