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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장품사들이 기존의 유통망과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다이어트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다이어트 식품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워나가자 화장품 업계도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업계의 강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애경, 코리아나 화장품, DHC 등 해외 브랜드까지 ‘먹는 화장품’이라는 타이틀 아래 다이어트 식품 시장 쟁탈전에 나선 것이다.
화장품 업계의 다이어트 식품 시장 진출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사업다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았던 화장품 업계 입장에서 다이어트 시장은 비교적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다이어트 시장은 기존의 화장품 사업과 상당 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단 다이어트 식품은 주요 화장품 고객층과 소비 수요가 겹친다. 우리 입장에서는 따로 타깃 마케팅을 할 필요 없이 기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유통구조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가져야 할 위험부담감과 초기투자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다이어트 식품 브랜드 VB 다이어트랩 매장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해 뒤늦게야 다이어트 식품 사업에 뛰어든 애경은 홈쇼핑을 무기로 선전하고 있다. 애경은 홈쇼핑 전용 화장품 브랜드 운영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헬스앤’을 통해 ‘헬스앤 V24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판매 50억 원을 돌파해 업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애경 측은 “입소문 덕분에 여러 홈쇼핑 채널에서 러브콜이 왔었다. 앞으로 꾸준히 제품 라인을 확장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푸드 브랜드 바이탈뷰티, LG생명과학 리튠 ‘쓰리컷 다이어트14데이즈’, 퓨레시피의 다이어트 신제품 ‘에너지 다이어트’, LG생활건강의 청윤진 누벨 다이어트 플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편 화장품 업계의 다이어트 식품 시장 진출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다 보니 예기치 않게 피해를 보는 쪽이 생겨나는 탓이다.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다이어트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화장품 업계는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 같다. 중소기업이 오랜 연구 끝에 어렵게 만든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 곧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 기운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매년 성수기가 다가오면 대규모 물량공세와 스타마케팅까지 동원하니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불만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VB 슬리머 DX’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광고업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해 화제가 됐다. 덕분에 시판 한 달 만에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다이어트 전문 라인 ‘누벨 다이어트 플랜’을 리뉴얼 출시했는데 이때 대규모 사전체험단을 모집해 물량공세를 펼쳤다. 이처럼 화장품 업계의 다이어트 식품 시장 진출은 대박을 낳는 동시에 비난의 목소리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올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제품 다양화 및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며 오직 업계 왕좌만을 노리는 모습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