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적 그녀, 광고주도 안 빠질 수 없지~
▲ (시계방향으로) 김태희와 권상우가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로 꼽혔다. 지난 6월24일 ‘최지우 드라마 클래식 콘서트’에 우정출연한 김태희. 권상우의 애니콜 광고와 김태희·원빈의 싸이언 광고. | ||
‘고급스럽고 신뢰감 드는 모델’을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뽑고 있는 분야는 카드CF다. 현재 카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LG카드 이미연, 롯데카드 하지원, 삼성카드 장동건·이나영, BC카드의 송혜교 등. 지난 4월부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파격적인 형식의 ‘생활의 기술’편을 내보내고 있는 현대카드도 염정아·장진영 투톱 모델을 기용해 눈길을 끌어왔다. 주요 카드회사 CF 모델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한창 ‘톱스타’의 자리에 놓인 이들보다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신뢰감 있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지현, 박신양에 이어 LG카드 CF에 자신이 받아왔던 개런티 최고가를 경신해서 캐스팅된 이미연은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CF시장에서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2002년 <중독> 이후 3년 만에 장동건 이정재와 함께 영화 <태풍>을 촬영하고 있다.
카드CF의 모델들이 꾸준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다면, 화장품 CF에서는 한창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이 모델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배우들에게 화장품 CF는 선호하는 분야이기도 해서 오히려 광고주들이 즐거운 고민을 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화장품 CF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남자배우들의 등장이다. 특히 저가브랜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경우 모델 경쟁도 볼만하다. 원빈을 기용해 톡톡히 재미를 본 ‘미샤’의 뒤를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더페이스샵’은 권상우를 메인모델로 내세워 여성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밖에 최근엔 통신업체 CF가 배우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 모델의 경우엔 남녀배우 모두가 선호하는 CF분야라고 한다. 이효리와 에릭을 내세운 삼성 애니콜 CF와 원빈·김태희가 출연하고 있는 LG 싸이언 CF가 주요 대결구도. 네 명의 모델 모두 현재 ‘톱’의 위치에 서있는 배우들이다.
광고기획사에서는 주기적으로 모델 선호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모델선정기준은 해당제품의 ‘주요 고객층’이 느끼는 선호도라고 한다. LG애드의 류효일 부장은 “예를 들어 10대 후반~20대 초반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라면 그 연령대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모델 선호도를 조사한다”며 “CF 속에 등장하는 인물뿐 아니라 배경 등에 대한 세세한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문근영(왼쪽)과 이효리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모델로 꼽혔다. 문근영과 이효리의 애니콜 광고. | ||
그러나 이 과정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선호하는 모델 이미지가 있는 경우, 광고주들이 특정모델을 지정하기도 하는 것. 한 광고사 홍보팀 관계자는 “아예 처음부터 이 모델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제품의 이미지와 어긋나지 않으면 광고주의 의견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톱’으로 손꼽히는 모델들은 누구일까. “남녀 한 명씩 꼽아 달라”는 질문에 광고기획사 관계자들 대다수가 김태희와 권상우를 꼽았다. 이에 대해 금강기획 이상경 대리는 “크게 두 가지로 유형을 나눌 수 있는데 불변의 개런티를 유지하는 고현정, 고소영과 같은 톱모델과 김태희, 권상우와 같이 광고효과에 대해 아직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선호도가 높은 이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효리와 문근영, 에릭 또한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로 손꼽혔다.
CF에는 해당 시대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이와 더불어 톱모델이 어느 CF에 출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시대에 떠오른 주력 산업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LG애드의 류효일 부장은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60년대에 CF에 가장 큰 돈이 몰린 업종은 제약과 의약품이었다. 70년대엔 치약, 비누와 같은 생활필수품이 강세였고, 80~90년대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2000년대엔 휴대폰, 통신, IT업체들의 CF가 주요 분야로 떠올랐다.”
이 시대별 주요 CF에 출연했던 모델들이 자연스레 그 시대에 사랑받았던 톱스타들임을 알 수 있다. 시대별로 ‘돈이 몰리는’ 업계의 CF에 배우들의 출연 빈도가 높아지고 이와 더불어 개런티 또한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는 것.
그런가 하면 역대 모델 중 ‘가장 큰 모델 효과’를 기록한 연예인으로는 이영애를 꼽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지난 99년 ‘이영애의 하루’라는 패러디까지 유행시켰던 LG카드 CF는 LG카드가 2년간 카드업계의 약 80%를 ‘장악’하게 만든 전무후무한 히트를 기록한 사례인 반면, 그가 출연했던 타 CF에 대한 인지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는 역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류효일 부장은 “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실시한 ‘광고 인지도 조사’에서 이영애가 출연했던 수많은 CF 중 ‘LG카드’ 만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여자모델이 시대를 불문하고 남자모델에 비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감정적인 전달능력이 뛰어나다는 심리학적 분석이 CF계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주요 CF분야에서 언제나 여자모델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