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아닌 마라톤…태양은 분명 솟는다’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는 대관령 정상(왼쪽)과 신안 태양광발전소(연합뉴스) 모습.
지금처럼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으면 신재생·대체에너지에 대한 갈증과 수요는 덜할 수밖에 없다. 굳이 신재생·대체에너지를 찾지 않아도 유가가 낮은 탓에 화석에너지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태양광·풍력 업체들이 불과 수년 사이 무수히 쓰러져나가고 관련 산업 진출을 선언했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사업 철수를 결정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 추세에 따라 기존 전망이 대부분 틀어졌다”면서 “태양광 분야만 봐도 바닥을 쳤다고 한 것이 이미 2~3년 전인데 아직도 불안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2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분야로 알려져 있는 태양광산업의 경우 지난해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한화케미칼, OCI, SKC솔믹스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태양광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으로 턴어라운드 하면서 이 같은 예측을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국제 유가 하락의 장기화로 이들 업체들의 실적이 다시 주춤하거나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 유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업황이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태양광업체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이 태양광 업체들에 타격을 주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석유가 계속 나온다 해도 멀지 않아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태양광업체 중 하나인 OCI 관계자는 “관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제 유가에 따라 태양광 업황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가는 산업 분야와 연결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전력·전기요금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엄밀히 말해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올해 초 미국 블룸버그가 상세히 풀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속되는 저유가 시대에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 7가지를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석유와 신재생에너지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고 △전기요금은 계속 오르는 반면 △태양에너지 가격 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화석에너지를 사용해 얻은 비싼 전기를 사용하기보다 신재생에너지로 저렴하고 손쉽게 얻은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블룸버그는 또 △저유가에도 전기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유가 하락이 더 이상 대세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증거이며 △원유 가격 하락만큼 주유소 유가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물론 △원유 가격이 결국 오를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신재생에너지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저유가 시대에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업체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한화큐셀·OCI 등은 중국·북미·유럽 지역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SK가스는 자회사 SK D&D를 통해 제주도 가시리에 850억 원 투자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 지난해 말부터 연간 2만 가구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30메가와트(㎿)급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람·공기 등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풍력 발전이 태양광 발전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신재생에너지업체가 풍력보다 태양광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 분야는 투자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르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대규모 투자를 실행했더라도 그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결정했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관련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 기업은 한화큐셀, OCI 등 관련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를 멈추거나 현대차가 신차 개발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 되겠느냐”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기업이 해당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업황이 개선되고 있어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OCI 관계자는 “세계시장 추세로 보면 태양광 발전 설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면서 “여기서 주춤하다가는 선도기업이 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OCI는 태양광에 집중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OCI머티리얼즈 매각을 결정했을 정도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를 아시나요 태양광·풍력 발전물량 정부가 다 사주는 셈 2012년부터 시행된 RPS는 500메가와트(㎿)급 이상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발전 사업자가 그 중 일정량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하는 제도다. 정부가 한 해 발전량을 계산해 다음 해에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할 양을 정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자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하지 못하는 곳은 다른 업체가 발전한 전기를 사기도 하며 아예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가 건설한 발전단지를 통째로 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시 말해 RPS 의무가 있는 화력발전사업자가 한화큐셀이나 OCI가 태양광으로 발전 전기를 사서 공급하는 것도 괜찮고, SK가스가 건설한 풍력발전단지를 인수해 할당량을 채워도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발전한 전기를 정부에서 전부 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적어도 생산한 전기를 팔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문제는 지역 민원을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초기 투자비가 대규모여서 자칫 엄청난 비용만 투자하고 지역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