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하지원 “눈치 없는 낙엽이 날 울렸어”
▲ <형사> 하지원 | ||
9월 초 전국 6백만 명의 관객을 넘어서 <친구>의 아성을 노리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 인정 넘치는 인민군 ‘리수화’로 나온 정재영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제된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런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장면은 의외로 마을축제 장면. 군복을 벗고 동막골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즐기는 이 장면은 남북군이 벽을 허물고 한마음이 되는 것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이었다.
그러나 베테랑 정재영은 이 장면에서 계속 NG를 냈다. ‘춤치’였던 그의 어색한 어깨춤이 문제였다. 목에 있는 대로 힘이 들어간 듯한 정재영의 움직임 때문에 NG가 몇 차례 났고, 그 뒤엔 이를 의식한 동료배우들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재촬영을 해야 했다.
강혜정 또한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애를 먹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백미로 꼽히는 장면 중 하나인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신을 찍을 때,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동료배우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폭소가 터지는 바람에 고생(?)을 했던 것.
<웰컴 투 동막골>과 함께 박스 오피스 1, 2위를 다퉜던 <박수칠 때 떠나라>의 차승원은 무려 A4용지 두 장을 넘는 긴 대사로 애를 먹었다. 극 초반 유력한 용의자인 신하균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그를 가장 괴롭혔던 신들. 리허설 때 급기야 “대사가 너무 길다. 줄여 달라”고 장진 감독에게 요구하기도 했다는 차승원은 연기의 달인답게 치고 빠지는 독특한 호흡으로 이 긴 대사를 소화해냈다.
한편 추석 시즌을 노리고 8일 개봉된 화제작 <형사>의 주인공들도 만만치 않은 고생담을 자랑한다.
▲ <박수칠때…> 차승원(왼쪽),<외출> 손예진, | ||
그 중에서도 좁은 골목에서 칼싸움을 벌이던 장면들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했다. 사실 고난도 액션신에서 두 배우의 동작이 맞아떨어지기도 힘들고, 여기에 카메라까지 박자를 맞추긴 더 어렵다. 그런데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고 분명 카메라 각도도 좋았지만 NG가 속출했다. 주범은 바로 낙엽.
멋지게 흩날리는 낙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없이 재촬영을 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원은 코끝이 고양이 코처럼 새까매질 때까지 촬영을 계속해야했고, 다시 분장을 하는 일이 속출. 또 낙엽이 만들어내는 먼지 때문에 기침이 계속 나와 또 NG를 내기도 했다.
한편 <형사>와 추석 극장가 왕좌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외출>로 멜로영화 퀸에 오른 손예진.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서영’이 평범한 삶에서 일탈을 꿈꾸게 된 것처럼, 그녀도 “자신을 내던지고 연기를 했다. 배우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꿈꾸게 한 작품이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영화 <웰컴 투 동막골> | ||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 만든 것은 서영이 처한 운명적 상황이었다. “내가 경험해 본 상황이 아니라서 결혼한 분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면서 “그 어느 장면 하나도 쉽게 넘어가질 못했다”고 밝혔다.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단절적인 상황에서 드러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라면을 먹는 장면을 꼽았다.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서영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해내기가 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역시 프로다운 설명이다.
전상희 스포츠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