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에 안 넘어올 남자 없을 걸^^
▲ 영화 <작업의 정석>을 통해 시도중인 연기 변신에 대해 본인은 ‘흡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영화배우 손예진.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5일 양수리 종합촬영소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손예진은 <일요신문> 지령 700호 소식을 접하자 환한 웃음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 왔다. 요즘 손예진은 송일국과 함께 새 영화 <작업의 정석> 촬영에 한창이다. 충무로가 공인한 ‘멜로의 여왕’ 손예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멜로 영화의 ‘감성어린 청순미’에서 코미디 영화의 ‘발랄한 섹시미’로 깜짝 변신을 준비중인 손예진을 만나봤다.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지금까지는 하고 싶었던 멜로 영화에만 집중하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코미디 영화는 안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 경계를 버리게 됐어요. 아마도 지금이 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인가 봐요.”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속의 지우개> <외출> 등 손예진의 필모그래피는 온통 멜로 영화 일색이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유일하게 코미디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이는 차태현과 유동근의 몫이었다. 그러니 정식 코미디 연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 70%가량 촬영이 진행된 영화 <작업의 정석>을 통해 시도중인 연기 변신에 대해 본인은 ‘흡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자기 자신도 모르고 있던 색다른 표정들을 발견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백전백승의 작업 전문가 ‘지원’으로 주특기는 내숭과 애교다. 남자 앞에서와 평상시의 행동양식이 백팔십도 달라지는 ‘내숭’과 남자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애교’로 작업계의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과연 이런 ‘지원’과 실제 손예진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아직 누구에게 작업을 걸어본 적도 없고 불행히 작업을 받아본 경험도 없다”는 손예진은 “게다가 나는 무뚝뚝한 경상도 아가씨라 애교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얘기한다. 데뷔 이전인 학창시절에는 상당한 작업 공세에 시달렸을 듯싶지만 “학창시절에도 별로 인기있는 편이 아니었고 먼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는 말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그렇다면 내숭은 어느 정도일까. 이날 인터뷰는 촬영 중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손예진은 돌솥약밥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밥을 먹는 모습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내숭 아닐까 싶지만 “밥은 어디에서나 깔끔하게 먹어야죠”라는 말로 이런 추측을 부인한다. 대신 이 영화를 통해 지원의 내숭을 배우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 영화 <작업의 정석> | ||
“아마 12세 관람가로 심의가 나올 거예요. 노골적인 대사나 노출 장면이 거의 없거든요. 우리 영화에서 작업이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도구는 ‘배려와 매너’예요. 다만 지금까지의 청순미가 아닌 여우 같은 느낌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조금은 섹시미도 가미됐고요.”
손예진의 섹시미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에서 펼쳐지는 댄스경연에서 선보이는 섹시댄스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요즘 손예진은 촬영이 없는 날마다 댄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스승은 가요계 최고의 춤꾼인 홍영주씨로 한 번에 3시간 이상 강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춤에는 워낙 재능이 없는 편인데 이번에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라는 손예진은 “비록 옷을 벗는 것은 아니지만 재밌게 섹시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손예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에서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다. 배용준과 함께 출연한 영화 <외출>이 일본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이달 말에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개봉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경우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 까닭에 벌써부터 대박이 예상되고 있어 손예진 입장에서는 2연타석 홈런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 탓에 손예진은 최근 일본 캔커피 브랜드인 ‘조지아’ CF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우선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고 워낙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감성과도 잘 맞은 것 같아요”라는 손예진은 “벌써부터 저더러 ‘예진히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어디에서나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대답한다.
밤 8시경 영화 촬영이 재개됐다. 이날 촬영분은 자신의 집에 책이 많음을 보여주고 지적인 면모를 부각하려는 작업남 ‘민준’(송일국 분)과 엄청난 양의 책이 모두 대여점에서 빌린 것임을 밝혀내는 작업녀 ‘지원’의 신경전이다. 이렇듯 영화는 ‘작업’의 고수들이 펼치는 한판 대결의 연속이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촬영 현장 분위기, 그동안 멜로 연기에만 집중했던 손예진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분위기란다. 비록 새벽 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지만 이렇듯 밝은 분위기 속에서 손예진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