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관객접대’가 흥행돌풍 불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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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가문의 위기> 기자간담회 모습. 김원희 신현준 탁재훈 등 출연배우들이 현란한‘개인기’를 펼쳐보였다. | ||
그러나 한국에선 아직 기껏해야 ‘최대한 홍보에 협조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정도. 따라서 개봉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무대 인사 스케줄을 짜게 되면 영화사 홍보담당들은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한다. ‘최대한’의 범위가 배우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 또 배우와 제작사가 생각하는 범위의 간극을 좁히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 힘들게 무대까지 끌고 가도 계속 마음을 졸여야 하는 배우들도 많다. 특유의 썰렁함으로 관객들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천태만상 무대인사법을 소개한다.
무대인사로 인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 중 대표주자는 차승원. 올 한 해만 <혈의 누>, <박수칠 때 떠나라> 두 편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파워를 과시한 차승원은 영화 홍보인들이 무대에 세워놓고도 마음을 푹 놓는 배우 중 하나다. 자칭타칭 완벽주의자인 차승원은 무대인사도 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다. 팬들이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 현란한 인사 멘트는 기본, 때로 흥이 나면 노래 한곡조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박수칠 때 떠나라>를 통해 개인 통산 관객 2천만 명을 돌파했을 때의 무대인사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당시 장진 감독이 차승원에게 폭죽을 터뜨리는 깜짝 세리머니를 마련해줬고, 이에 차승원은 답례로 애창곡인 ‘한 남자’를 불러제낀 것. 상당히 즉흥적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평소 “오락프로에서 연탄을 나르라고 하면 촬영하는 그 순간엔 연탄 생각만 한다”는 차승원의 투철한 프로정신이 제대로 발휘된 것은 물론이다.
가을 극장가를 휩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팀은 인해전술로 승부수를 던진 경우. 김수미를 모시고 신현준 탁재훈 등이 ‘떼로’ 떠서 전국을 돌았다. 이들은 모두 평소 입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엄청난 유머실력을 자랑하는 배우들. 무대에서도 서로 경쟁하듯 입담을 과시해 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마치 만담가들이 튀어나온 듯 쉴 새 없이 ‘하이조크’를 던진 것. 당시 경쟁작이던 <형사>, <외출>과의 경쟁에서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 이들은 초특급 흥행몰이에 흥이 나 때론 파트너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앞장서서 해괴한 주문까지 해가면서 무대인사를 버라이어티쇼로 만들어냈다. 즉석에서 음악을 주문, 그 흥겨운 선율에 맞춰 간단한 댄스쇼까지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는 당연히 사전 논의나 콘티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들의 무대쇼는 개봉 3주에 접어들 때까지 계속되면서 ‘가문의 위기’ 열풍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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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실한 무대인사로 인기가 높은 차승원(왼쪽)과 황정민. | ||
이렇게 소탈한 스타일 그대로 무대인사도 즉석에서 편안하게 한다. 특별히 멋진 멘트를 날리는 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인기가 높은 이유는 열린 마음으로 관객들을 대하기 때문. 사전 예고 없이 일반 무대시사회에 불쑥 모습을 나타내곤 하는 황정민은 솔직담백한 태도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금상첨화, <너는 내 운명>의 주제가 ‘유 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환생’ 등 히트곡(?)을 두 곡이나 가지고 있어 요즘 황정민이 무대에 서기만 하면 관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온다. 분위기만 맞아떨어지면 황정민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이 이렇게 무대인사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스캔들의 대마왕’인 A는 한때 지방 무대인사를 갈 때마다 무조건 최고급 룸을 혼자 쓰게 해달라고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밤마다 ‘초대손님’들이 그 방에 들락거렸던 것은 당연.
평소 협찬품까지도 슬쩍하는 것으로 유명한 B는 자신의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 의상 담당자 등의 일일 출장비를 제작사에서 대줄 것을 요구했다. “짜다 짜다해도 그렇게 인색한 경우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른 관계자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B의 요구를 결국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
해외 홍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 유독 국내팬과의 만남에만 인색한 C도 충무로 홍보인들 사이에선 악명이 자자하다. 요즘 콧대가 한창 높아진 배우 D는 빈번하게 지각과 ‘결석’을 일삼았다. D는 사고를 칠 때마다 “몸이 안 좋다” “갑자기 위에 탈이 났다”는 핑계를 내세웠는데, 알고 보니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늦잠을 자거나 개인적인 약속 등이 있을 때마다 핑계를 댔던 것. 그러나 ‘양치기’의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탄로나게 마련. 제작사는 물론이거니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작사나 상대배우는 지금까지도 “다시는 D와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수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