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방송 무대엔 터줏대감 없더라~
▲ (왼쪽부터) 탁재훈, 박명수, 지상렬 | ||
# 요즘 뜨는 아이콘 따로 있다
<상상플러스>에서 이휘재와 공동 MC로 진행을 맡고 있는 탁재훈은 요즘 본업인 가수보다는 MC와 개그맨의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다. 탁재훈의 재치 있고 능청스런 입담은 웬만한 개그맨을 능가한다는 평가.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뉴’의 제작진은 특히 탁재훈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탁재훈은 이 코너를 통해 ‘쟤, 뭐야~’ ‘머리 아퍼~’ 등 잇단 유행어를 선보이며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탁재훈의 개그는 ‘올드 세대’보다는 10대와 20대들, 즉 ‘뉴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편이다.
탁재훈의 활약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컨츄리 꼬꼬 시절부터 재치 있는 ‘말발’을 과시해온 터라 가수나 개그맨들의 오락프로그램 진출과 맞물려 자연스레 가수→개그맨, MC분야로 자리를 옮겨갈 수 있었다”고 평했다.
탁재훈 외에도 지상렬과 박명수가 ‘맛깔 나는 패널’의 역할을 주로 소화해 내고 있다. 특히 이 두 사람의 개그는 시청자들에게 ‘편함과 딱함’의 중간지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분위기. 다른 게스트들에게 때로 질타를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동정심을 얻으며 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방송에서 이들의 역할은 이전의 조형기나 김흥국이 담당해왔던 ‘양념’의 존재와 같다. 오락·토크 프로그램에서 메인의 자리가 있다면, 이들처럼 사이드에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존재도 반드시 필요한 법. 오락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이경규 | ||
한때 오락프로그램을 ‘휘젓던’ 인물들 중에 지금은 인기 곡선이 급강하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김국진 서경석 이휘재 등이다. 한동안 방송활동을 쉬어오던 김국진은 이번에 MBC <웃는데이>로 본업인 코미디 분야로 복귀했다. 김국진은 김용만과 콤비를 이루어 한때 MC로서 눈부시게 활약했지만, 이후 김용만이 톱MC로 성장해 간 것과 반대로 하락세를 보여 왔다. 김국진이 주춤한 것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개인사가 반영된 탓이 크지만 그의 팬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김국진은 방송계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다. 90년대 중반 무렵부터 개그맨으로서 인기 절정을 달려오다가 시트콤과 연기분야에서도 진출해 인기를 끌었었다. 개그맨으로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였던 MBC <반달곰 내사랑>에 송윤아와 주연을 맡는 이력을 남기기도 했다.
MC로서 주춤했던 김국진이 콩트 코미디 장르를 택해 방송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높은 분위기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등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콩트 코미디는 전통적인 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MBC에 오래 몸담아온 한 방송작가는 “김국진이 이전에 강세를 보였던 분야가 시트콤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선 그의 재기에 대해 기대하는 시선이 높다”고 전했다.
이외에 서경석과 이휘재도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서경석은 SBS <한밤의 TV연예>의 MC로 비교적 매끄러운 진행을 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전성기 시절 그의 인기도에 비해선 한참 하락세에 있다. MC로서 서경석의 캐릭터에 대해선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높다. 한 방송작가는 “요즘엔 말로 하는 진행보다 몸으로 하는 진행방식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많다보니 기존의 MC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기용하는 분위기다. 서경석이 이전에 비해 다소 안정된 이미지를 갖다보니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휘재 또한 최근 ‘말발’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다. KBS <스펀지>는 MC의 역할보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아이디어로 사랑받는 프로그램이고, <상상플러스>에서도 요즘엔 오히려 탁재훈 등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마저 심어주고 있다. 일각에선 ‘바람둥이’ 이미지에 대해서도 식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김국진(왼쪽), 서경석 | ||
MBC의 <일밤>이 개편을 맞아 야심차게 재기획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논란에 휩싸였다. 첫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과 “그래도 역시 몰카는 이경규다”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일단 시청자들 의견의 대세는 ‘돌아온’ 이경규의 몰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당시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경규가 진행하고 있는 MBC <전파견문록> 역시 최근 인기하락세에 놓여있다. <전파견문록>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끌어왔지만 이경규의 역할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안이한 진행을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왜 MBC는 ‘이경규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걸까. 이에 대해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MBC의 정통 간판프로그램인 <일밤>이 10여 년 간 인기를 얻었던 것이 이경규에 힘 입은 바가 커 이 뿌리를 쉽게 뽑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경규가 오랫동안 ‘국민 MC’의 이미지로 군림해왔기 때문에 젊은 감각으로 가는 타 방송의 오락프로그램과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MBC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청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간판코너였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나 ‘이경규가 간다’에 대한 기대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다는 것. 한 오락프로그램 방송작가는 “MBC는 특히 ‘공익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이 컨셉트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경규를 놓긴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일밤>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대한 제작진들의 기대는 시청자들의 의견과는 달리 고무적인 것 같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을 보는 시청자 층과는 다른 연령대를 공략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경규도 평소 “오락프로그램의 수명은 길어야 2년을 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과연 이경규가 이번 개편에서 현재로선 가장 윗세대 MC로서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다음 개편 때 그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