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도 닭살… 공주는 아무나 하나~”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요즘 ‘노국공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서지혜. 신인답지 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박수갈채를 받고 있지만 서지혜 본인은 ‘난감함’으로 MBC 대하드라마 <신돈>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교과서에 ‘요승’이라 짤막하게 언급된 ‘신돈’의 이야기인 데다 신인에게 사극 연기가 쉬웠을리 없었던 것. 스스로 ‘덜렁거린다’라고 얘기하는 서지혜가 난감함을 이겨내고 카리스마 넘치는 ‘노국공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얘기. 서지혜의 ‘좌충우돌 공주되기 프로젝트’를 들어보도록 한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지혜의 이미지는 크게 둘이다. CF를 통해 알려진 ‘춤추는 천사’와 <신돈>의 ‘노국공주’의 이미지. 인터뷰를 위해 용인 소재의 <신돈> 세트장에서 만난 서지혜의 머리와 얼굴은 ‘노국공주’, 그리고 몸은 ‘춤추는 천사’였다. 얼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은 노국공주에 맞춰 준비되어 있었으나 아직 의상은 갈아입지 않아 평상복 차림이었기 때문.
“처음엔 너무 겁이 나서 촬영현장에 가기가 무서웠어요. (출연진이) 모두 하늘 같은 선생님들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걱정이고 처음 하는 사극 연기도 어려웠거든요.”
이렇게 첫 발을 내딛은 서지혜에게 가장 큰 도우미는 다름 아닌 ‘무서운 선생님’들이었다. 남편 역할의 정보석이 22세 연상으로 동료 연기자 대부분이 ‘선배급’ 이상의 ‘선생님급’이다. 요즘 <신돈> 촬영 현장에서 서지혜는 ‘막내’로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펼치는 그에게 선배 연기자들이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고.
가장 큰 도움은 선배 연기자들의 자발적인 사극 연기 노하우 전수다. 서지혜가 손꼽는 최고의 도우미는 이정섭과 손창민. 이정섭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손창민은 큰 틀에서 연기의 맥을 잡아 준다고. 또한 극중에서 부부관계인 정보석의 자상한 배려도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극 말투’였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어요. 다행히 기존의 청순한 공주 이미지와 달리 활동적인 모습이라 다가가기 쉬웠어요. 강한 캐릭터 덕분에 카리스마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연기력은 아직 모자라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사극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었다고 누구나 공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필요한 게 본격적인 공주 되기 프로젝트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은 자세와 시선. 공주가 시선을 내릴 수는 없는 법. 따라서 평소에도 도도한 시선과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는 모두 공주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갖추기 위한 과정. 중국배우 장만옥과 장쯔이의 ‘공주 연기’를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평소 성격이었다.
공주가 된 뒤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특히 몇십 년 만에 돌아온 추위가 문제였다. 겨울 야외 촬영의 가장 큰 적은 대사를 할 때 나오는 입김이다.
“얼음을 입에 물고 있다 대사를 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그래도 입김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계속 부채질을 해서 입김이 안보이도록 했어요. 추운 날씨에 얼음을 입에 물고 있다가 부채 바람을 맞으며 연기하는 걸 상상해 보세요.”
이제는 ‘반야’로서의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반야는 노국공주가 죽은 뒤 신돈이 데려온 노국공주를 닮은 여인으로 공민왕은 반야를 노국공주의 환생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1인 2역인데 같은 외모를 가진 전혀 다른 성격의 여성을 연기해야 한다.
“반야는 여성스럽고 청순한 여인인데 요즘 계속 캐릭터를 구상중이에요.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걱정이 많아요.”
‘춤추는 천사’에서 ‘노국공주’가 된 서지혜는 신인 연기자라 아직 보여줄 이미지가 훨씬 많다. 그만큼 꿈도 많다. 가수는 자신이 없지만 MC는 도전해 보고 싶고,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만큼 올해는 더 좋은 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남달라 ‘파격적인 노출’이건 ‘망가지는 역할’이건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모두 소화해보고 싶다고. 서지혜의 이런 욕심이 현실이 되어 보는 이들에게 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