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어디에 쓰는 물건?
이제는 필명마저 빼앗겨 무명의 작가가 되어 버린 이들은 지나친 정부의 단속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 신화를 창조하고 근친상간을 주된 내용이었던 <올드 보이>가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현실에서 유독 야설만 이를 소재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어이없다는 반응. 단속 규정은 표현 방식까지 제한하고 있다. 성기나 성행위를 직접 언급하지 못할 뿐더러 ‘바나나’나 ‘오이’와 같은 은유적인 표현도 금지돼 있다. ‘차’ ‘포’는 물론, ‘상’ ‘마’도 다 떼고 장기를 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문제는 일반 소설에서는 이런 제한이 없다는 부분이다. 일반 소설에서도 표현 가능한 부분이 유독 야설에서만 안 되는 것. 이에 한 야설 작가는 “음란성 판별 기준이 다름 아닌 문학성인데 문학성은 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며 “원고 60~70매 분량의 짧은 야설을 두고 문학성 운운하는 게 더 웃긴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취재에 응한 야설작가의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이 있고 야설은 취미 삼아 시작해 투잡으로 굳어진 이들이었다. 처음 야설을 쓰게 된 계기 역시 대부분 지인의 소개 내지는 부탁으로 재미삼아 혹은 용돈 벌이로 시작해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본인이 야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가깝게 지내는 지인 몇몇만 알고 있을 뿐,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