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영애씨’ 맨얼굴 휘날리며
▲ 제56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인 이영애가 지난 2월 9일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면서 레드 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최근 막을 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이영애는 베를린에 체류하는 10여 일 동안 통역을 겸한 현지 코디네이터 1명과 같이 보냈다.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등 3~4명을 동반, 대부대를 끌고 다닐 것이라는 예측을 과감히 깬 것.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영애는 베를린 현지에서 톱스타답지 않게 겸손하고 매너 좋은 면모를 보여 좋은 선례를 남긴 케이스다.
이영애는 영화제 기간 동안 하루 서너 편씩 출품작들을 꼬박 꼬박 챙겨보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메인 행사장인 베를린날레 팔레스트와 인근 행사장을 오가며 10여 일을 꼬박 보낸 이영애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답게 성실한 자세로 공식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해내 현지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가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주연 배우 자격으로 베를린을 방문했던 이영애는 당시에도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엔 나홀로 관광을 즐겼다. 배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운동화를 신은 채 돌아다니길 좋아해 스타 모시기에 잔뜩 긴장했던 현지 스태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데이지’로 3월 중순 아시아 6개국 프로모션 투어를 준비중인 전지현도 화려한 외모와 달리 특별한 요구 사항이 전혀 없는 스타일이다. 특히 전지현은 일찍이 영화 촬영이 없을 때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장기 어학연수를 한 덕분에 수준급의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통역 없이는 호텔 방에서 꼼짝 못하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웬만한 일은 자기 힘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우 히메’ 최지우도 소탈한 성격으로 인기가 높다. 전혀 공주님 같지 않은 행동으로 해외 스태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 일본 드라마 ‘윤무곡-론도’를 촬영중인 최지우는 제작진에게 특별한 요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숙소를 콘도형 아파트로 정해 식사도 직접 해결한다. 장기 체류를 하고 있으므로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직접 해먹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는 것.
▲ 왼쪽부터 <데이지>의 전지현, <윤무곡-론도>의 최지우와 신현준. | ||
함께 ‘윤무곡-론도’를 촬영중인 신현준 또한 일본 제작진 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할리우드의 톱스타들과 달리 개인 통역을 요구하거나 특별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는 것. 영어로 의사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신현준은 최근 일본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과거 ‘장군의 아들’을 촬영하던 시절에 일본어를 배웠던 터라 일본어도 초보 수준은 넘는 상태. 유일하게 내건 조건이라면 숙소에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비치해달라는 것. 아토피성 피부로 2년 여 전부터 고생을 해와 조금만 건조한 곳에서 지내면 바로 재발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이 이렇게 스태프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 해외 행사를 진행하는 영화사 스태프들 사이에서 A 감독은 악명이 높다. 워낙 여색을 밝히기로 유명한 A 감독은 해외에 떴다 하면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을 기울여 스태프들을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상대적으로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에 뜨거운 밤을 보낼 ‘건수’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것.
자리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걸쭉한 성적 농담을 늘어놓는 것은 기본. 외국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는 추파를 던지면서 개인 연락처를 확보, 후속 작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또 밤새 ‘격무’에 집중하다가 정작 다음 날 공식 행사 때는 녹초가 된 상태로 나타나기 일쑤라고.
인기스타 B는 해외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B는 평소에도 협찬 받은 물건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분실했다”는 등의 어설픈 핑계를 대면서 ‘인 마이 포켓’하기로 유명하다.
워낙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니까 한동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 사고를 쳤다. 해외 행사 때 입겠다며 고가의 명품 정장을 협찬 받아두고 정작 그 행사 때 다른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 외신을 통해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해당 브랜드 관계자는 섭섭함을 표시하며 “협찬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B는 “내 체형에 맞게 수선을 했다. 어차피 되팔지도 못할 터이니 그냥 내가 갖겠다”는 ‘배째라’ 전법을 구사해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외에 천사 같은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C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는 기본으로 요구한다. 비즈니스석만 돼도 경기를 일으키며 현지에서도 풀코스 초특급 대접을 당당히 요구해 악명이 높다. 또한 쇼핑 중독에 가까운 성격으로 물건 사재기를 하다가 공식 행사에 지각을 하곤 해서 C를 초대한 현지 에이전트들은 그녀가 귀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계속 애간장을 녹여야 한다는 후문이다.
김수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