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들 “예비 판사 모셔요~”
‘전관예우금지법’이 낳은 새로운 광고다. 법적으로 사건 수임 유예기간을 1년으로 정하면서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막자 생겨난 ‘꼼수’인 셈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전관변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로펌이 뜬다. 업계에서는 대법관 출신의 거물급을 제외하면 전관변호사의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라는 게 정설이지만 현실을 모르는 법률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광고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공직 퇴임 직후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스타 변호사’를 마치 자사 소속인 것처럼 속여 의뢰인을 모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A 법무법인 이름과 소속 변호사 이름을 허락 없이 광고에 사용한 B 법무법인에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B 법무법인은 매스컴에 자주 출연해 이름을 알린 엄 아무개 변호사의 이름을 광고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의뢰인들을 속였다.
‘전문변호사’라는 말로 고객들을 현혹하는 행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선 해당 분야의 수임목록, 연구실적, 학위 등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변협에 등록을 해야 한다. 현재 변협에 등록된 전문변호사는 1400여 명이다. 하지만 변협이 지정한 전문분야에 들어있지도 않은 간통전문, 성폭행전문 등의 문구로 의뢰인을 모으는 이들도 있다.
중소형 로펌은 ‘자잘한’ 편법으로 생존경쟁을 벌이는 반면, 대형로펌은 ‘후관예우’를 노린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로클럭(재판연구원) 출신을 고용해 변호사로 채용해 관계를 쌓은 뒤 판사 임용을 기대하는 전략이다. 현재 로스쿨 출신 판사 중에는 로클럭 경력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 법관 임용은 실무 경험이 3년 이상 되어야 하므로, 2년 동안 로클럭으로 일한 이들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남은 실무기간을 채워야 한다.
문제는 로클럭으로 일했던 이들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과거 자신이 속한 재판부가 맡았던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으로서 다룬 사건을 변호사가 된 뒤 바로 맡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 조항이 로클럭에게도 해당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돈 많은 로펌은 좋지 않겠느냐. 고액 연봉 줘가면서 ‘예비 판사’와 관계를 쌓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소송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